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악화되었던 선진국 제조기업의 경영성과가 2013년부터 개선되는 추세로 돌아섰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제조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차이가 컸던 선진국과 신흥국 제조기업의 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거의 같은 수준으로 근접했다. 주요 5개 선진국 중에서 2014년에 영국을 제외한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의 매출증가율이 상승했고 영업이익률은 5개국 모두 상승했다. 신흥국 중에서 특히 우리 기업들의 실적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더 많이 부진했다. 한국 제조기업은 2014년 기준 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이 모두 하락했다.
선진국 제조기업의 경영성과 개선은 미국의 경우 경기 호전, 일본의 경우 엔화 약세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외에도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기 시작한 선진국 정부와 기업들의 인식 변화와 경쟁력 강화 노력에 의한 효과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기업들은 영업현금흐름 개선을 바탕으로 2012년 이후 투자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유동성 보유를 늘리면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능력도 강화하고 있다. 선진국 경기의 호전과 정책적 지원, 그리고 기업의 투자증가 등이 결합되면 장기적으로 선진국 기업들의 경영역량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기업들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기업의 추격에 더해 제조업의 전통과 노하우, IT기술로 재무장한 선진국 제조업의 재부활과 직면할 가능성도 더 커지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내수서비스 산업의 육성과 함께 수출제조업이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향후 우리경제 재도약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한국 제조기업, 수익성 개선 쉽지 않은 비용구조

우리나라 제조기업은 선진국 제조기업에 비해 단기간에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운 비용구조를 보이고 있다.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제조활동에 투입되는 매출원가와 판매활동에 사용되는 판매관리비와 나누어 살펴보면 한국 제조기업은 다른 나라 제조기업에 비해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의 비율이 높고 판매관리비의 비율은 낮다.
전반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 제조기업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이 높았다. 2010~2014년 평균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프랑스가 59.4%로 가장 낮았고 일본이 75.0%로 가장 높았다. 신흥국 제조기업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은 모두 70% 이상인 가운데 한국 제조기업은 최고 수준인 82.5%를 기록했다. 인도가 71.9%로 신흥국 중에서 가장 낮았고 러시아는 우리와 같은 82.5%, 중국이 76.9%, 브라질이 74.3%를 보였다.
국가별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선진국 제조기업이 20~30%대, 개도국 제조기업이 10~20%대를 기록했다. 신흥국 제조기업이 전반적으로 판매관리비 비율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2010~2014년 평균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한국 제조기업이 12.1%로 가장 낮았다.
제조과정에 투입되는 매출원가에 비해 판매관리비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통제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실적이 악화되면 판매관리비에 포함되어 있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반면 매출원가에는 고정비 성격의 비용이 많고 생산과 연동되어 변화하기 때문에 조절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한국 제조기업의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매출원가 비중이 높고 판매관리비 비중이 낮다는 것은 상황 변화에 따라 비용 통제를 통해 수익성을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들, 제조업 경쟁력 부활 위해 정책 지원 강화

2000년대 들어 특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북미,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제조업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빠른 성장성을 보였던 금융산업의 급격한 위축은 제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과 유럽에서 경제성장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 경제정책의 우선 과제로 대두되면서 제조업이 성장과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경제의 토대가 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선진국에서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선진국들은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 창출을 위해 다양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제조기업의 법인세를 35%에서 25%로 인하하고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지역 거점이 되는 연구기관을 구축하여 혁신기술을 선정하고 집중 지원하기로 하였다. 수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미국으로 회귀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외국으로 진출하는 미국 기업에 대해서는 과세를 강화하기로 하였다. 독일은 첨단기술 육성과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0년 7월 “첨단기술 2020” 추진을 통해 제조와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생산시스템 구축을 위해 연구개발 활동을 집중 지원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2013년 4월에는 정보통신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제조업 4.0”을 발표하였다. 일본정부는 2013년 6월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담은 “일본산업재흥플랜”을 발표하였고 2014년 6월에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새로운 과제를 추가하여 개정하였다. 일본은 제조업에만 초점을 맞춘 지원보다는 실효법인세율을 20%대로 인하하고 벤처기업에 대한 세금지원 제도를 신설하는 등 세제 및 기술 지원을 통해 장기적으로 일본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진국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이 단기간에 효과를 보이기는 어렵겠지만 점차 기업들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력업종 경영실적 : 선진국 개선, 한국은 부진 지속

주요 업종의 경영성과를 살펴보면 선진국 제조기업은 개선된 반면 한국 제조기업은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기전자 업종의 2014년 매출증가율은 미국이 3.1%p, 독일이 5.5%p, 일본이 1.9%p 개선된 반면 한국은 4.6%p 악화되었다. 전기전자 업종의 매출증가율 수준에 있어서도 미국(5.7%), 독일(6.7%), 일본(8.8%) 등은 모두 한국(-0.5%)보다 높았다. 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률도 미국, 독일, 일본은 개선되었지만 한국은 악화되었다. 운수장비 업종에 있어서도 한국 제조기업의 매출증가율 개선 폭(0.5%p)은 일본(0.2%p)보다는 높았지만 미국(2.7%p)이나 독일(4.1%p)보다 작았고 수준도 3.1%에 그쳐 미국(5.6%), 독일(6.3%), 일본(7.8%)보다 낮았다.
철강 업종에 있어서도 2014년 한국 제조기업의 매출증가율은 -4.2%를 기록하여 매출이 줄었다. 반면 일본 철강기업의 매출증가율은 8.6%를 기록하여 성장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2013년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과 독일 철강기업의 성장성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화학업종은 한국(3.2%), 미국(0.6%), 독일(2.3%) 등의 성장성은 부진했지만 일본 화학기업(5.7%)은 높은 성장성을 지속했다. 우리나라 철강과 화학 업종의 2014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2.1%, 5.6%를 기록하면서 2013년에 비해 개선되었지만 영업이익률 수준은 모두 미국, 독일, 일본 기업에 뒤처졌다.
일본기업은 주요 업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상당히 개선되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고 일본기업들의 수익성 개선 노력이 경영성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 제조기업의 경우 대다수 업종의 경영성과 부진이 지속되었다. 한국 제조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개선되었더라도 낮은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주력업종인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업종의 실적이 선진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부진했다. 실적부진이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 마케팅 활동 위축, 장기적으로는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 축소 등을 통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