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흔히 보이는 컨테이너 박스는 사실 인터넷에 버금가는 혁신의 산물이다. 인터넷은 TCP-IP 프로토콜이라는 표준화된 데이터패킷을 기반으로 통신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임으로써 전 세계 어디서나 누구든지 같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해주었다. 컨테이너 박스 역시 규격화와 표준화를 통해 화물 운송의 비용과 시간을 이전에 비해 기적적으로 줄여줌으로써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것을 먹고 입고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인터넷이 정보와 통신에서 그랬듯이, 컨테이너 박스는 화물 운송의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여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다.

컨테이너 시스템이 창안되기 전 화물의 선적과 하역은 일일이 인부들의 손으로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뉴욕 항에서 화물 선적에 걸리는 시간이 뉴욕에서 영국으로 배를 타고 가는 시간만큼이나 오래 걸렸을 정도였다.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던 비효율적인 선적과 하역 작업에 의문을 가진 이는 트럭운송업자였던 말콤 맥클린이었다. 백 마일을 달려 도착한 뉴저지 항에서 며칠 동안 순서를 기다리던 맥클린은 트럭에 달린 트레일러를 통째로 선적해서 뉴욕에서 노스캐롤라이나까지 배로 옮기면 육상에서의 정체와 비효율적인 선적 및 하역에 따른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트레일러는 기본적으로 박스 밑에 바퀴가 달린 것이므로 바퀴와 박스를 분리하면 될 것 같았다.

당시 맥클린의 혁명적인 아이디어는 그 누구로부터도 지지와 동의를 얻지 못하였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회의론과 함께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지기를 원치 않는 부두 노동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던 것이다. 여론에 민감한 당국의 소극적 태도나 거대한 크레인과 항만 접안시설과 같은 큰 투자의 리스크를 지기 싫어하는 업계의 비난, 그리고 동료들의 비아냥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맥클린은 자신의 생각이야말로 지극히 합리적이라는 신념으로 주변을 설득하는 대신 경영하던 트럭운송회사를 처분하여 작은 선박회사 하나를 인수했다. 그리고 바퀴가 분리될 수 있도록 트럭의 트레일러를 개조하고, 유조선의 갑판이 비어있음을 이용해 컨테이너선도 만들었다. 1956년 최초의 컨테이너 선 IDEAL-X호가 선박용 컨테이너 58개를 싣고 뉴욕에서 휴스턴까지 선박 운송에 성공했을 때, 사흘 걸리던 선적 작업이 8시간으로 단축되었고 비용 또한 1톤당 5.86달러에서 15.8센트로 절감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20세기 운송의 패러다임을 바꾼 위대한 혁신도 말콤 맥클린이라는 선구자의 Disagreeableness가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