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저장이 촉매가 되어 분산형 체제와 마이크로 그리드가 확산될 경우 전력 공급 서비스 자체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다. 태양광, 풍력 등 분산형 발전의 확산은 기존 대형 발전소의 가동률을 떨어뜨리고 거래 가격 또한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 에너지원을 연계한 전력저장의 보급이 가장 활발한 독일의 예를 들어보자. 원전을 포기한 독일은 2013년 26%인 신재생 에너지원의 비중을 2020년 39%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014년에는 필요한 전력의 28%를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원으로부터 얻었다. 지난 7월 25일에는 전력 수요의 78%를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부터 충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2~3년 전부터 기존 전력 서비스 회사들의 매출 감소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전력 서비스 기업인 RWE는 2013년 Net Income 기준으로 28억 유로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에 RWE는 기존 전통적 발전 설비들에 대한 구조 조정과 효율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수익성 개선과 함께 자신들의 사업모델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RWE는 Siemens와 협력하여 열병합발전과 소수력 발전 등을 연계한 가상 발전 사업(VPP, Virtual Power Plant)을 전개하고 있고, 독자적인 ‘Smart Operator’ 시스템을 개발하여 지역 단위의 에너지 흐름과 망 상태를 관리하려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풍력이나 바이오매스 발전, 태양광(Conergy와 제휴)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Sonnenbattrie와 협력하여 가정용 전력저장 장치 사업에도 직접 뛰어들고 있다. 독일의 또 다른 전력 서비스 기업인 E.ON은 기존의 전통적 전력 사업을 분리하고 신재생 및 분산형 전력 서비스, 고객과 연계한 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최대 태양광 설치 기업이자 파이낸싱 기업이라 할 수 있는 SolarCity는 태양광을 기반으로 한 전력 서비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SolarCity는 장기 리스와 전력 구매 계약을 통해 소비자의 초기 투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가정용뿐 아니라 최근에는 중소 규모의 상업용 빌딩에도 진출하고 있다. 개별 고객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엮으면 거대한 가상 발전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SolarCity가 운영하는 발전소는 낮에만 제한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전력저장이 없는 경우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시간대가 정해진 셈이다. 최근에는 자매사인 Tesla의 전력저장용 전지 사업과 연계하여 전력 서비스의 범위를 넓히고 경제성을 높이고 있다. 2018년에는 모든 신규 태양광 발전 설비에 저장 장치를 붙일 계획이다. 게다가 SolarCity는 태양광 모듈 생산에서 금융, 설치 및 관리, 발전까지의 수직 통합과 규모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추구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동형 전력저장, 전기차

전기차는 전력을 소비하며 이동도 하지만, 필요한 때와 장소에 공급도 할 수 있다. 바로 플러그를 꼽아 역전송을 하는 V2G(Vehicle-to-grid)다. 전력망 전체를 운영, 관리하는 입장에서 볼 때 수급이 불안정할 때 끌어당겨 쓸 수 있는 좋은 공급원인 셈이다. 물론 플러그인 전기차의 확산, 충전 및 급전 네트워크, 요금 정산 체계 등이 함께 해결되어야만 한다.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은 매우 낮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09년 1,320대에 불과했던 전기차(플러그인 포함) 시장은 2014년 33만 대를 육박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IHS는 2020년에는 240만 대를 뛰어넘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가파른 전기차 성장과 함께 달라질 전력 수급 환경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기차는 신재생에너지원의 연계를 지원하기도 한다. 전기차에 탑재된 전지가 신재생에너지원에서 나온 전력을 저장하여, 소비처의 전력 관리에 활용될 수 있다. 충전소를 매개로 전력을 양방향으로 흘릴 수 있다. 또한 전기차에서 나온 전지를 전력저장용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비록 재처리 비용이 이슈이긴 하지만 고품질이 요구되지 않는 전력저장용으로는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전기차용 전지를 교체하는 방식의 경우 잉여의 신재생에너지 유래 전력을 저장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이 방식은 이스라엘과 덴마크 등지에서 시험되었는데, 최근 중국에서 다시 시도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전기차 충전은 전력망 입장에서는 중요한 수익원이지만, 동시에 수요 증가 및 전력망 교란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확산과 함께 발생할 전력 수요 관리의 복잡성을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가정이나 빌딩에 설치된 전력저장을 꼽고 있다. 소비자가 생산했거나 싸게 구입해 저장해 두었던 전력을 전기차에 공급함으로써 기존 전력망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ChargePoint와 전력저장 시스템 기업인 Green Charge Network가 협력하여 전력 수요처의 저장을 활용한 충전 체계를 구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외에도 Stem, Coda Energy, Tesla-SolarCity와 같은 기업들도 캘리포니아나 뉴욕에서 빌딩 대상으로 유사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