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12일 파리에서 195개국이 신기후체제 구축에 합의했다. 2009년 코펜하겐 회의부터 6년간의 진통 끝에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고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의지가 모아진 것이다.
2020년에 발효되는 신기후체제는 교토의정서체제 보다 포괄적이고 전지구적이며 자율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적응에도 목적을 두고 있다. 감축목표는 개별 국가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설정하는 상향식(bottom-up)으로 정해지며, 5년마다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목표를 갱신할 예정이다. 특히 교토체제와는 달리 미국과 중국 등 G2 국가들이 신기후체제 추진에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2008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교토체제는 37개 선진국으로만 구성돼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하향식(top-down)으로 설정했다. 2001년에 미국이 자국 산업보호 등 경제적 이유로,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석탄 등 화석에너지 발전을 늘리면서, 캐나다는 오일샌드 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교토체제에서 탈퇴한 바 있다. 그러나 파리 협정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했다.
신기후체제 출범으로 과거 보다 온실가스 감축 강도가 세계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신기후체제는 지구 온도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억제하고 1.5℃까지 제한하는 노력도 추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기(1861~1880년) 보다 2℃ 이상 높아질 경우에는 더 이상 기후변화를 억제할 수 없다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분석한 바 있다. 각국들이 신기후체제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에 따르면 장기 온실가스 배출량이 파리 합의 이전에 추정한 예상치 보다 낮아질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다만, 세계 각국들이 제시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 대로 감축 노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에는 불확실한 측면들이 있다. 여전히 재생에너지나 전기차 등에 보조금이 투입되는 등 비용이 수반되고 있어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 에너지 소비가 큰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개도국들에 대한 선진국의 금융 및 기술 지원, 기술발전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그린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자생력 확보 여부 등이 향후 신기후체제의 강도를 좌우할 것이다.
신기후체제에 대해 화석에너지 시대의 마감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선언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계경제와 온실가스 배출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이 신기후체제를 적극 지지하고 있어 체제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나, 실효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숙제가 있다. 온실가스 감축 이행에 대한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각국들의 감축 이행 점검과 독려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개도국으로의 기술 및 재정지원에 구체적인 이행사항과 일정도 도출해야 한다.

저탄소 대비하는 산유국

탄소 가격 상승과 연비 규제 강화, 그린산업의 시장 확대 등은 석유의 입지를 위협한다. 선진국 석유 수요는 이미 피크를 지나 감소하고 있으며 개도국의 석유의존도는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서비스 중심 성장패턴 전환까지 겹치면서 장기적으로 석유 수요는 위축되고 유가는 약세 기조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산유국이 석유 공급을 억제해 고유가를 유발하면 탈석유 추세가 더욱 가속되면서 석유 수요 피크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때문에 산유국으로서는 점유율을 사수하면서도 차세대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저유가가 길어질수록 석유시대도 길어질 수 있다. 현재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OPEC 산유국들이 공급경쟁에 매달리는 것도 장기적인 시장 위축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재생에너지를 육성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해 U.A.E와 이집트 등 중동•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투자액이 전년 대비 450%(77억 달러) 늘었고, 러시아는 올해 들어 현재 200MW 규모의 국내 태양전지 생산설비를 2024년까지 1.5~2.1GW로 늘릴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