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오래 살아가는 것이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외모 관리에 사용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산업, 즉 뷰티 산업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 뷰티 산업의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482조 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이 아시아태평양 시장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더불어 잠재력 높은 소비자 계층이 집중되어 있는 라틴아메리카,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향후에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뷰티 산업은 높은 수요와 기술 혁신에 힘입어 최근 들어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변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키워드는 디지털(digita liz ation), 맞춤형(custom iz ation),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프리미엄화 (premiumization) 등으로 압축된다.
① 뷰티 소비에 있어 국가간 이질적인 문화 차이나 수준의 격차는 최근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이며, 특히 마케팅과 유통에서 디지털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상의 뷰티 컨텐츠와 정보 공유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의 체험 수단이 훨씬 다양화되고 있으며, 구매 채널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② 소비자들의 ‘개인 맞춤형’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면서 실제로 이를 충족시키는 제품과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대중화 단계는 아니지만 기존 제품 개발과 판매 방식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트렌드로 평가되고 있다.
③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뷰티 산업에서도 소비자들의 관심은 식품 소비에서와 같이 제품의 성분과 안전성으로 확실히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 수준을 충족하는 관점에서 기업들의 대응 뿐 아니라 관련 법·규제의 변화도 뒤따르고 있다.
④ 프리미엄화는 꾸준히 지속되는 트렌드이다. 최근의 프리미엄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선호 현상은 앞의 세 가지 키워드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personalization’, ‘natural’, ‘clinical’ 등의 키워드를 표방하는 제품들의 등장은 프리미엄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신흥시장 중산층 이상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로 프리미엄 시장은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의 변화들은 뷰티 시장 내 분화를 촉진하며 관련 기업들간 경쟁 양상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글로벌 브랜드의 강세는 차츰 약화되는 반면, 새로운 컨셉과 제품을 보유한 작은 브랜드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쟁 변화는 뷰티 사업의 진입 장벽을 점점 낮추면서 새로운 사업자들의 진입을 유도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뷰티 시장 내 경쟁은 기존 기업들의 성장 전략을 변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L’Oreal과 Unilever 등 대형 기업들이 그 어느 때 보다 적극적으로 제휴나 M&A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뷰티 기업들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은 ‘신속성’이다. 대형 브랜드의 경우,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업 모니터링이 쉽고 자원 배분에 효율적이며 의사결정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조직 구조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또한 작은 브랜드들의 성공 사례에서 볼 때, 명확한 브랜드 포지셔닝 또한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K뷰티의 성공을 이끌어낸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혁신’을 앞으로도 계속 창출해 내기 위해서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 또한 중요할 것이다. 이제 막 K뷰티가 전세계적으로 존재감을 알리는 시작 단계에 있다. 최근의 단기적인 성공에 취하기보다는 기본기를 다지고 미래 준비에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 20년 후 한국 뷰티 기업들의 위상은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꾸준히 성장하는 뷰티 산업
‘Lipstick Index(립스틱 지수)’ 라는 지표가 있다. 9·11 테러 당시 소비가 극심하게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립스틱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관심을 끌었던 지표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립스틱과 같은 제품에서 소비자들이 심리적 만족감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이후의 연구결과 등에서 립스틱 지수가 경기 변동에 따라 꼭 들어맞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2, 소비자들의 욕구를 쉽게 충족시켜 주는 일종의 ‘작은 사치’를 설명해 주는 상품으로 지금도 립스틱이 자주 거론된다. 과거 오랜 기간 동안, 립스틱과 같은 메이크업 제품은 젊은 여성의 전유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같은 여성이라 할지라도 나이가 든 여성이 짙게 메이크업을 하거나, 외모 관리에 유난히 신경을 쓰면 주변에서 특이한 사람으로 여겨 눈총을 주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젊고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동경은 어찌 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인데, 과거에는 이런 욕구의 실현 수단이 부족하기도 했고 특별히 욕구 실현의 필요성이 높지도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눈 앞에 둔 현재, 건강하게 오래 살아가는 것이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으며, 외모 관리도 같은 맥락에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외모 관리 수준이 개인의 부와 경쟁력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외모 관리에 대한 점점 높아지는 요구 수준에 발맞춰, 관련 기술과 제품의 혁신도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제품과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보다 손쉽게, 혹은 효과적으로 외모를 관리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외모 관리에 사용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산업, 즉 뷰티 산업은 높은 수요와 기술 혁신에 따라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화되면서 빠르게 변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다.
연간 480조 원 규모의 거대 시장
소비재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Euromonitor에 의하면, 전세계 뷰티 산업의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4,260억 달러, 원화로 약 482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2008년의 금융위기 등으로 성장세는 약간 주춤하기도 했으나, 최근 3개년 간(’12~’15) 약 5% 수
준의 성장률을 나타냈으며, 2020년까지도 비슷한 수준으로 약 5%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전체 시장 중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31%로 최대이며, 서유럽-북미-라틴아메리카 시장이 뒤를 잇고 있다(차트 1 ). 최근 3개년 간(’12~’15) 가장 성장세가 높은 지역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이며(10.2%), 라틴아메리카(8.8%)와 아시아퍼시픽(6.3%) 시장도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뷰티 산업의 역사가 오래된 북미와 서유럽 시장은 1~2%의 성장에 머물러 있어,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시장 위주로 뷰티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뷰티 제품에 대한 인당 소비액을 비교해 볼 때, 2015년 미국 소비자들의 연평균 소비액은 249달러에 이르는 반면, 브라질 149달러, 중국 37달러, 인도 9달러 등에 그치고 있어, 이들 신흥국 소비자들의 소비는 앞으로도 큰 폭으로 늘어날 여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뷰티 제품을 구분하는 카테고리는 사용처에 따라서는 페이셜·헤어·바디 등으로 나뉘고, 특수 사용계층인 남성용, 어린이용 등의 시장은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 중 페이셜 스킨케어 시장이 전체의 약 20%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으며, 헤어케어와 색조화장품 시장이 다음으로 크다(차트 2 ). 최근 3개년 간(’12~’15) 연평균 성장률을 보면 데오도란트와 베이비케어 시장의 성장률이 가장 높았고, 색조 화장품과 향수 카테고리도 성장이 두드러졌다.
뷰티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는 주요 트렌드
뷰티 제품과 서비스는 개인의 일상생활, 라이프스타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인별로도, 또 생활하는 지역이나 국가별로도 약간씩 다른 성향과 소비 패턴을 보이게 된다. 예를 들면 햇빛이 강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화이트닝 제품이 인기가 많고, 종교의 영향으로 여성들이 얼굴을 많이 감싸는 중동에서 아이 메이크업과 향수 제품이 특히 많이 사용되는 것이 그런 이유라 할 수 있다. 또한 생활습관이나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도의 차이에 의해서도 뷰티 소비는 다르게 나타난다. 최근 10여 년 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중국 뷰티 시장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과 SNS의 발달을 통해 뷰티 산업에서도 국가 간 이질적인 문화 차이나 수준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한국에 있는 소비자가 미국 뷰티 브랜드의 ‘신상’ 제품을 살 때, 과거에는 국내에 개설한 백화점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해외 직구로 일주일 안에도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의 20대 소비자들은 한국 유명 뷰티 블로거의 튜토리얼 동영상을 유튜브로 시청하며 한국 여성들의 ‘광채 메이크업 비법’을 배우기도 한다. 이처럼 뷰티 산업은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와 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주요 트렌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디지털의 영향력 확대
‘디지털’은 현재의 뷰티 산업을 가장 강력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제품 개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뷰티 산업의 모든 밸류체인에서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고 있지만, 특히 마케팅과 유통에서 디지털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젊은 소비자들이 디지털 뷰티 컨텐츠 생산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뷰티 소비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미디어인 TV나 잡지 등의 영향력은 점점 감소하고 전문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정보 공유 채널의 영향력이 대폭 높아지고 있다.
먼저, 디지털 뷰티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 전 탐색과 결정 단계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뷰티 전문 마케팅 에이전시인 Not Just Powder에 의하면, 소비자들의 약 74%가 화장품 구매 결정 시 소셜미디어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재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Mintel에 의하면, 메이크업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약 20%가 제품을 시연해 주는 튜토리얼 동영상을 보고 나서 구매를 결정한다고 한다. 같은 조사에서, 구매자의 16%는 좋아하는 디자이너나 셀리브리티, 블로거가 추천하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양한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제공하는 컨텐츠 속에서,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를 할 때 더욱 더 까다롭게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는 기존 브랜드와 기업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신생 브랜드의 성장에 있어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Sephora와 같은 전문 뷰티샵의 경우 신생 브랜드들의 제품들을 골라 회원들에게 샘플링하는 등 정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공하는 브랜드는 소수에 국한되긴 하지만, 이들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인기를 끌 경우 백화점 등 타 채널에 입점하게 되기도 한다. 이들이 이후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는 소셜미디어와 인플루언서의 도움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지역, 다양한 연령층에 걸친 소비자들과 즉각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도 인기를 끌 경우 백화점 등 타 채널에 입점하게 되기도 한다. 이들이 이후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는 소셜미디어와 인플루언서의 도움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지역, 다양한 연령층에 걸친 소비자들과 즉각적으
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의 성장에 있어서 이러한 디지털 마케팅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소비 체험 및 온라인 구매 확대 현상은 단지 젊은 층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영국 뷰티 브랜드 Studio 10의 조사에 의하면, 시니어 소비자들은 뷰티 제품의 매우 막강한 소비 계층으로, 전체 소비의 약 62%는 45세 이후의 소비자들로부터 발생한다고 한다.
시니어 소비자들은 젊은이들이 주로 방문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매하는 방법을 오히려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7]. 따라서 앞으로 크게 증가할 시니어 소비 계층에게도 온라인 채널은 뷰티 제품 소비에 있어 중요한 구매 채널이 될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향후 온라인 판매는 인공지능 챗봇(chatbot) 등 첨단 기술과 접목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구매와 같이 정교화된 맞춤형관리서비스를 소비
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뷰티 산업 내 채널 비중 변화를 보면 온라인 채널 비중은 2005년 전체의 2.1%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6.4%로 나타나, 모든 채널 중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온라인 채널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인
데, 다른 산업에 비해 뷰티 분야는 아직 인터넷 유통 비중이 낮은 편으로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개인 맞춤형으로의 진화 뷰티 제품과 서비스의 ‘개인 맞춤형’ 솔루션에 대한 니즈 자체는 사실 새로운 것이라
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건성·복합성·지성’ 등의 천편일률적인 분류 유형에 익숙하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지 않는 안티에이징 에센스를 구매해 발진 등의 부작용을 겪거나, 얼굴색에 맞지 않는 파운데이션을 구매한 후 결국 몇번 사용하지도 못하고 버리게 된 경험을 적어도 한 번씩은 갖고 있다. 이처럼 시판 화장품은 대량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개개인의 피부 건강도나 피부색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못하고 정해진 처방대로 만들어져 제공될 수밖에 없는데, 최근 뷰티 산업에서 이러한 제조 및 판매 방식에 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맞춤형 화장품’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춤형 화장품’은 소비자의 피부 특성이나 취향에 따라 기존 화장품에 각종 영양성분이나 색소·향료 등을 조합해 판매하는 화장품을 말한다. 맞춤형 화장품은 완제 형태로만 제공되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시점에서 바로 성분을 혼합해 주거나, 제품의 종류를 극히 세분화하여 소비자가 자신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골라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 유형이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맞춤형 트렌드는 스킨케어와 색조화장품, 향수 등 뷰티 카테고리 전반에서 도입되고 있으며, IT·바이오 등과 융합된 뷰티 테크의 혁신은 이런 맞춤형 제품들이 등장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실제 ‘맞춤형’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이미 많은 브랜드 매장에서 도입하고 있는 피부 진단기기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뷰티 미러’의 형태로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영상진단에 머물렀던 피부 진단은 피부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DNA 진단’으로까지 확장되어, 개인의 피부 유형을 유전정보로 파악해 화장품의 선택과 피부 관리를 돕는 솔루션도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피부 진단이나 측정을 자유자재로 시도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Mintel에 의하면, 16~24세 소비자들의 약 52%는 앱을 통해 피부의 건강도를 모니터링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8]. 가정용/모바일 피부진단 앱이나 기기는 단지 일회성의 재미를 위한 측정기기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건강관리 기기와 같이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메이크업 분야에서는 좀더 피부색에 맞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추천하는 용도의 솔루션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뷰티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들과 제휴하거나, 아예 기업을 인수하기도 한다. 한 예로 L’Oreal은 2014년 피부 스캐닝 및 피부색 매칭 기술에 특화하고 있던 미국의 Sayuki Custom Cosmetics를 인수했는데, 인수 후인 2015년 L’Oreal은 이 회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자사 브랜드인 Lancome에서 맞춤형 파운데이션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개인 맞춤형 제품은 개인 특성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솔루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품질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전문가와 함께 올바른 제품을 찾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일대일 서비스를 통해 부가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맞춤형 제품은 아직 대중화되어 있지는 않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전문가의 서비스가 추가되므로 일반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격이 책정되는 등 보편화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나만의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선호가 강하기 때문에, 멀지않은 미래에 이러한 능동적인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맞춤형 제품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의 중시 2016년,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큰 이슈였다. 수년 전 독성 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많은 소비자들이 사망에 이르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었고, 최근에서야 제조업체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책임과 보상을 논의하게 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해, 홈케어3 제품은 물론이고 얼굴에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치약과 같은 퍼스널케어 제품을 포함한 생활화학제품 전반에 대해 소비자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엄격한 안전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과거와 달리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모임이나 시민단체 등과 협력하여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유통업체들에 직접적인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등의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 이처럼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우려는 소비자들에게 천연 성분에 대한 선호를 더욱 증가시키고 있으며, 뷰티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제품
안전성의 충족이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다른 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원료조달-생산-구매-사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안전과 환경 이슈를 책임지고 해결한다는 관점에서, 뷰티 산업에서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키워드가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는 추세이다.
최근의 글로벌 뷰티 트렌드를 볼 때 소비자들의 관심은 ‘제품의 성분’으로 확실히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식품 분야에서 이미 주류로 부상한 ‘Clean Eating’과 웰니스 트렌드는 뷰티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성분을 깐깐하게 따지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I am a what I eat”로 대변되던 유행은 “I am a what I apply”로 변화하고 있다. ‘그린·친환경·무해함’ 등의 키워드는 뷰티 소비자들에게 가격이나 브랜드보다도 핵심적인 구매결정 요인으로서 그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Euromonitor의 ‘Consumer Lifestyles and Survey’에 의하면, 약 10명 중 6명의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천연 성분의 제품을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린’에 대한 선호는 미래의 소비자들인 현재의 젊은 층에게 더욱 높게 나타나는데, Mintel의 조사에 의하면 16~24세 소비자들의 경우 천연 헤어케어 제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약 41%, 천연 페이셜케어 제품의 경우는 61%로 나타났다. 이처럼 천연(natural)·유기농(organic)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은 인터넷의 발달과 무관치 않다. 제품의 성분이나 특징을 해석해 주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그 정보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관련 사이트나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든 구매하는 제품의 성분을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뷰티 분야에서도 정보의 ‘투명성’이 매우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으며,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 또한 함께 높아지고 있다. Mintel의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들의 78%가 기업들이 좀더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59%는 제품에 표기되는 정보가 좀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9]. 물론 기업들은 판매하고자 하는 국가에서 제시하는 법·규제에 따라 제품 성분 표기 등 기준을 준수하여 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하지만 천연이나 유기농의 경우 법적인 지시사항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브랜드나 제품이 가지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기법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랜드의 오리진(origin)·제조법·사용 예시 등을 완벽히 하나의 스토리로 재구성하여, 이 브랜드 제품에서 강조하는 성분이 안심하고 써도 되는, 효능이 뛰어난 제품이라는 스토리를 만들고, 이 스토리를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천연과 유기농을 표방한 제품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스토리 없이 단순히 천연 혹은 유기농 성분으로 만들었다고 광고하는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주지 못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자신의 건강과 웰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화장품과 같은 화학 제품이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의 친환경성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는 추세이다. 세정제나 치약에 들어가는 마이크로비드4가 대표적인 사례로, 이 마이크로비드가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국에서는 이를 함유한 제품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시행 혹은 준비 중이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원료 조달, 원료의 생산이력 관리, 수자원 보호와 폐기물 절감 등 다양한 환경 이슈에 대해 화장품·생활용품 관련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Estee Lauder 그룹의 브랜드인 Aveda는 일찍부터 용기 리사이클링이나 바이오플라스틱 등 친환경성 용기 도입에 적극적이며, L’Oreal 그룹의 브랜드인 The Body Shop은 2016년 40주년을 맞아 새로운 Sustainability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뷰티 소비자들의 높아지는 기대 수준을 충족하기 위한 관점에서, 관련 기술의 혁신뿐 아니라 각국의 규제 변화가 계속 뒤따르고 있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법규도 좀더 구체화되고 강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의 REACH6로, 환경문제 완화를 위해 만들어진 규제지만 최근 대상 범위와 내용 등이 확대되면서 화장품과 같은 뷰티 제품에 대해서도 규제하고 있다. EU의 이와 같은 화학물질 규제는 미국과 일본 등 거대 시장의 국가들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로, 앞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프리미엄화의 지속
뷰티 산업에서 프리미엄화는 그다지 새로운 키워드는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지속되는 트렌드라 할 수 있다. Estee Lauder나 LVMH 등 고가 브랜드 위주의 기업들이 금융위기 등 경기가 나쁠 때도 꾸준히 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015년만 놓고 볼 때 프리미엄 채널 시장은 6% 성장했으나, 매스 채널 시장은 4% 성장에 그쳤다. 각 카테고리별로 보면, 프리미엄 채널의 성장률이 매스 채널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색조나 남성 카테고리에서 프리미엄 채널의 성장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1]. 단지 프리미엄 채널에서뿐 아니라, 매스 채널에서도 ‘premium-pricing’ 제품의 성장률이 높게 관찰되는 등, 프리미엄화는 뷰티 기업들의 중요한 성장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선호 현상은 앞에서 언급한 키워드들의 영향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personalization’, ‘natural, ‘clinical’ 등의 키워드를 표방하는 제품들의 등장은 모두 프리미엄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채널의 부상은 또 하나의 요인이다. 원래 가격으로 승부하던 온라인 채널에서 최근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진출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좀더 이들 브랜드에 접근하기 쉬워졌고, 새로운 소비 계층을 흡수하는 데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흥국 시장의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프리미엄 채널의 성장세를 가속시키고 있다. Euromonitor에 의하면, 선진국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의 성장률은 2%대에 머무르는 반면, 신흥국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에서는 8%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3]. 신흥국의 새로운 소비 계층이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뷰티 산업에서도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률은 매스 시장의 성장률을 압도하면서 그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과거 매스 채널 위주의 브랜드를 보유했던 기업들도 최근에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다수 인수하면서 기존의 포지셔닝 전략을 바꾸고 있다. Unilever가 대표적인 예로, 2015년 Ren, Kate Somerville, Dermalogica, Murad 등 프레스티지 스킨케어 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프리미엄 채널을 강화해 나가고자 하는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뷰티 산업 내 경쟁 변화
작은 브랜드의 약진
뷰티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들은 시장의 분화를 촉진하면서 관련 기업들 간 경쟁 양상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과거 수십 년 동안 굳건히 이어져 온 MNC(multinational corporation) 기업들의 강세는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Euromonitor와 패션전문지 WWD의 자료를 종합해 추정해본 결과, 글로벌 뷰티 Top 10 기업의 비중은 2010년 40%에서 2015년 32%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차트 4 ). 대신 특정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는 로컬 브랜드 중심의 기업들의 점유율은 상승하는 추세이다. 특히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로컬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IT나 바이오 업계에만 등장하던 ‘스타트업’이 뷰티 분야에서도 다수 등장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이다. 과거 패션/미용업계에 종사한 사람들뿐 아니라, IT 벤처나 MBA 출신 등이 뷰티 스타트업을 창업하며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해외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인 CrunchBase에 따르면 ‘Beauty/Cosmetics’ 카테고리의 스타트업 수는 1,0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Beauty/Cosmetics’ 카테고리의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횟수 및 투자 금액은 2010년 이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뷰티 산업 트렌드의 변화는 작은 규모의 브랜드, 기업들도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면서, 뷰티 사업의 진입 장벽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작은 브랜드들은 기존 대형 기업이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카테고리나 유통을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일종의 Disruptor’ 혹은 ‘Challenger’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 작은 브랜드들은 독특한 천연·유기농 성분으로 특화하거나, 특정 카테고리에 주력하거나, 새로운 채널을 제시하는 등 기존 기업이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신제품이나 새로운 구매 채널 등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높은데, 이들 작은 브랜드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으로 나름의 성공을 이루어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뷰티 산업에서 또 하나 특기할 만한 부분은 외부 산업군에서 새롭게 진입하는 브랜드와 기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두 책임지고 수행하는 전통적 뷰티 사업 모델이 아닌, 연구개발과 생산 등을 외부 업체에 소싱하고 유통망이나 마케팅 역량을 기반으로 뷰티 사업에 진출하는 참여자들이 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작은 브랜드들이 전통의 뷰티 강자들에 맞서 경쟁이 가능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OEM/ODM 업체들의 성장이었다. OEM/ODM 업체들의 역량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작은 브랜드의 제품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력을 갖추게 되고, 많은 소비자들에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미 많은 브랜드 업체들 또한 원료와 패키징 등은 대부분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하고 있으며, R&D와 생산 기능도 전문 OEM/ODM 업체를 활용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새로운 진입자들은 대체로 뷰티와 인접한 영역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패션, 라이프스타일 전문 유통, 병원·제약기업뿐 아니라, 음식료·주류·외식, 엔터테인먼트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들 산업군은 각자의 차이가 있지만 나름의 유통 채널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제품 개발과 생산 기능을 외부에서 소싱해 오면 판매와 마케팅에 전념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패션의류 매장이나 라이프스타일 샵, 병원, 카페, 엔터테인먼트 굿즈 샵 등에서 뷰티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물론 이들이 추진하는 뷰티 사업은 주력이라고는 볼 수 없고, 주력 사업을 보완하는 역할로 부가 수익 창출의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일정 수준의 품질력과 차별화 포인트를 갖춘 제품과 브랜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뷰티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기도 한다. 이
러한 신규 진입자의 증가는 기존의 뷰티 기업들에게는 결코 반가울 수 없는 상황이며, 뷰티 시장 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과 M&A의 활성화
대형 기업들 또한 기술, 제품, 카테고리의 세분화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기업이나 기관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사내에 소규모의 스타트업 조직을 만들어서 운영하거나, 아예 투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한다. Unilever Ventures가 대표적인 예로, 2016년 7월 현재 약 40여개 이상의 벤처 기업에 총 4억 5천만 유로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11]. 벤처 기업들의 사업 영역은 퍼스널케어/음료/디지털 등 Unilever의 사업 영역과 관련되어 있으며, 뷰티 분야인 퍼스널케어 영역만 하더라도 뷰티 디바이스, 온디맨드 서비스, 클리니컬 뷰티, 내추럴 뷰티 등 트렌디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로 포진되어 있다.
단지 제휴·협력에 그치지 않고 좀더 적극적인 수단으로, 뷰티 기업 간 M&A도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차트 7 ). 최근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브랜드/채널/시장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형 뷰티 기업들이 이러한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뷰티 산업의 핵심 활동 지역인 미국과 서유럽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뷰티 산업 내 fragmentation이 심화되면서, 즉 엄청난 숫자의 브랜드들이 한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는 구조로 바뀌며 경쟁의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각 기업들은 선택해야 하는 전략 옵션이 늘어나는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신속한 변화와 성장을 요구 받는 상황이 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뷰티 기업들이 다른 브랜드/기업 인수를 시도하거나, 반대로 인수의 대상이 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인 AT Kearney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이루어진 뷰티 기업 M&A 214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소비자 집단에 접근하기 위한 목적의 M&A가 전체의 6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새로운 기술과 카테고리 확보 목적(전체의 20%), 새로운 채널 확보 목적(전체의 12%), 새로운 시장 개척 목적(전체의 8%)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통의 세분화 및 제품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뷰티 산업 내 M&A는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적절한 인수 대상 브랜드/기업은 많지 않은데 비해, 인수 의향을 가진 기업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뷰티 산업의 유망성을 보고 단지 뷰티 기업뿐만 아니라 인접 영역의 기업들과 재무적 투자자들까지 합세하고 있기 때문에, 뷰티 브랜드/기업 M&A를 둘러싼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뷰티 산업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은 밸류체인 전 단계에 걸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디지털과 개인 맞춤형 트렌드의 확산은 유통과 마케팅에서 과거의 경쟁 방식과 다른 형태의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 채널과 전문 뷰티샵의 성장은 유통 채널의 변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과거 백화점만을 선호했던 소비자들마저, 새로운 디지털 체험이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온라인 채널과 전문 뷰티샵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뷰티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크게 단축하는 결과를 가져와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꾸준히 높아지는 프리미엄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브랜드 포지셔닝 전략에서의 변화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전성과 제조 윤리 등 지속가능성의 중시는 밸류체인 전 과정에서의 기업의 책임을 강화시키면서 과거의 성과 중심의 개발, 판매 전략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품질·안전 이슈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와 조직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아무리 혁신적이고 차별적인 제품개발 및 마케팅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이슈 대응에 실패할 경우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사례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뷰티 기업들은 앞으로의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기업의 규모와 특화 카테고리·시장에 따라 그 전략은 매우 상이할 수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점은 무엇보다 ‘신속성’이 중요한 역량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사업 모델을 고수하고 있는 대형 브랜드의 경우,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고 그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작은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업 모니터링이 쉽고, 자원 배분에 효율적이며, 의사결정을 좀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조직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면 신속성을 갖추는 차원에서, 새로운 기술/카테고리를 보유한 기업들과의 제휴와 협력 전략이나 OEM/ODM 업체를 활용한 글로벌 시장 진출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Unilever는 이런 변화에 맞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을 슬림화하되 백 오피스(Back Office)의 기능을 강화하고, Unilever Ventures와 같은 자회사를 통해 신생 기술과 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작은 브랜드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심플한 가치 제공과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량이 꼽히고 있다. 따라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에 보다 오랫동안 머물러 있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가치를 한꺼번에 제공하려 하기보다는, 좀더 명확하고 간결하게 브랜드를 포지셔닝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혁신을 위한 투자의 중요성이다. 뷰티 사업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가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러한 미래 준비는 결국 경쟁 기업과 대항할 수 있는 핵심적인 무기가 된다. K뷰티의 히트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결국 혁신을 이뤄 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다. 최근의 단기적인 성공에 취하기보다는, 기본기를 다지는 데 주력하면서 신속성을 추구할 수 있는 조직 구조 등 경영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함께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