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아시아태평양 시장은 뷰티 산업 강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과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등잠재력 높은 소비자 계층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Euromonitor에 의하면, 202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시장은 현재보다 25% 가량 확대되어 약 1,67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시장은 2015년 기준 전체 글로벌 시장의 약 3%인 119억 달러 규모이다[3]. 페이셜 스킨케어, 색조 화장품과 남성용 카테고리는 연평균 5~10% 수준, 향수, 헤어 염색제, 바디케어, 데오도란트 등의 카테고리는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뷰티 시장, 기업들은 규모만 놓고 본다면 그 존재감이 그렇게 크다고는 볼 수 없었다.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한국의 뷰티 기업들은 규모 기준 전세계 Top20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보면 전세계 Top20 뷰티 기업 안에 2개의 회사(아모레퍼시픽 12위, LG생활건강 19위)가 진입했으며[5], 한국의 OEM/ODM 기업들도 글로벌 무대에서 선전하는 등,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과거 10여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중국 등 아시아에서 만 호평받던 한국의 뷰티 제품들이 전세계 소비자들과 기업들에게 주목받으며, 이른바 ‘K-Beauty’라는 키워드로 큰 영
향을 끼치고 있는 중이다.
K-Beauty의 성장
K-Beauty(이하 K뷰티)는 처음에는 국내용 신조어에 불과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존재감이 크게 높아지면서, 글로벌 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가 되었다. 한국 뷰티 제품의 수출 실적은 2000년 약 1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5년 25억 달러를 넘어서는 성장을 보였다. 2015년 기준 중화권 대상 수출 실적이 약 70%에 이르는 등 아직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지만,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등지의 소비자들도 한국 뷰티 제품과 서비스에 최근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K뷰티의 성장은 무엇보다도 중국 등 아시아 뷰티 시장의 성장 덕택이다. 급격히 증가한 중국의 뷰티 수요에 맞춰 한국 브랜드가 이들의 수요를 서구 브랜드보다 훨씬 잘 읽어내고 대응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의 한국 제품의 인기는 그 동안 전혀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던 서구 기업들로 하여금 한국제품과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 같은 K뷰티의 성공은 ‘K-innovation’이라 표현되기도 하는 한국 뷰티 제품의 독창성과 품질에 기반하고 있다[6]. 과거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을 베끼는 데 급급한, 이른바 ‘fast-follower’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해 내거나(예. BB 크림, 쿠션, 슬리핑팩 등), 독특한 천연성분을 활용하거나(예. 마유크림, 달팽이크림 등), 제형을 혁신하는 등(예. semi-solid, hybrid-oil 등) 새로운 신제품들을 개발해 내면서 글로벌 뷰티 트렌드를 리드하는 위치로 성장했다. 중요한 것은 단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그치지 않고, 가격 측면에서도 소비자를 만족시켰다는 것이다. 이른바 ‘품질은 프레스티지, 가격은 매스’를 실현시킴으로써, 소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중국 등의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우수한 가성비를 제공했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다면, 한국 소비자들의 수준 높은 뷰티 스킬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어 내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한국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스킨케어에서 총 10단계에 이르는 루틴을 활용하는데, 이 루틴을 변화시키면서 ‘multi-function’을 갖는 제품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토너와 부스팅 에센스, 에멀젼 단계를 통합한 ‘퍼스트 세럼’이 그 예이다. 여전히 10단계를 다 고집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새로운 루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기존 순서의 제품을 줄이고, 대신 이러한 복합 기능 제품을 추가시켜 활용한다. 한국에서 유행한 이러한 복합 기능 제품들은 중국과 아시아에서도 인기를 끌게 되고, 서구의 브랜드에서도 자사 제품에 접목시키면서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에게까지 소개되고 있다. 물론 K뷰티의 성공에는 온라인 채널의 성장도 큰 역할을 하였다. 한국 기업들이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오프라인 매장의 부족을 입소문에 기반한 디지털 마케팅과 온라인 유통으로 적절히 대응하여 성공에 이른 것이라는 평가이다.
주목받는 한국 뷰티 기업들
최근 글로벌 브랜드들은 제품 혁신에 영감을 주는 주요 키워드로 K뷰티를 꼽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K뷰티 트렌드를 종종 다루고 있다. Sephora와 같은 유명 뷰티 매장에서도 K뷰티 섹션을 마련하는 등 트렌디한 키워드로 K뷰티가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뷰티 기업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6월 Goldman Sachs와 Bain Capital은 스킨케어 브랜드인 A.H.C를 보유한 카버코리아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2016년 10월 Estee Lauder 그룹은 스킨케어 브랜드인 Dr.Jart+를 보유한 해브앤비에 지분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불거진 사드 배치 논의로 중국 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K뷰티에 대해 기대감이 잠시 주춤한 것으로도 보여지지만, K뷰티는 아시아권을 넘어 서구에서 이제 막 그 존재감을 알리는 시작 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여지는 충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동물실험 금지와 뷰티 산업
화장품 개발에서 동물실험은 동물보호주의자와 과학자 간 의견 차이로 항상 논란이 끊이지 않던 이슈이다. EU에서는 2013년 3월부터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 유통과 판매를 금지해 왔는데, 몇몇 기업들은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동물실험을 수행하고 이들 제품을 유럽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그 동안 유럽화장품연맹(EFCI)은 이들 기업들이 제3국에서 동물실험을 실시했기 때문에 EU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유럽사법재판소(CJEU)에서는 2016년 9월, 예외를 인정하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제 3국에서 동물실험을 거친 어떤 제품의 경우라도 유통·판매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발표했다. EU의 이와 같은 결정은 EU가 화장품 등 뷰티 산업을 리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그널로 보여진다. 실제로 EU의 결정 이후 미국·호주·중국·인도 등에서도 동물실험 관련 규제를 발표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실험 화장품의 유통 판매를 금지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2017년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빠르게 바뀌는 규제 환경은 각국의 보호주의적인 무역 정책과 맞물리면서, 단지 지속가능성을 이해하고 준수하겠다는 관점을 넘어 국가 간 거래의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