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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르텔은 알고리즘을 이용한 기업의 담합 행위를 말한다. 인터넷과 컴퓨터에 기반한 디지털 경제가 확대되면서 알고리즘은 정보의 활발한 유통, 거래비용 절감 등을 통해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소비자 후생 증진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투명성이 높고, 거래비용이 낮은 시장 상황은 역설적으로 알고리즘을 이용한 담합에 용이한 환경이 되고 있다.

알고리즘은 담합 과정에서의 정보교환, 가격 조정, 가격 모니터링 등의 과정을 사람의 직접적 개입 없이 수행하여 담합의 발생 위험과 지속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카르텔은 알고리즘의 이용 방법에 따라서 크게 4가지 유형으로 살펴 볼 수 있다.

Messenger 유형은 담합을 공모한 기업이 동일한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가격을 서로 유사한 수준으로 자동적으로 조정함으로써 발생하는 디지털 카르텔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적발된 온라인 포스터 판매업체들의 담합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Hub-and-Spoke 유형은 하나의 플랫폼(hub)과 수직적 관계에 있는 경쟁 기업들(spoke)이 플랫폼의 가격결정 시스템을 동일하게 이용하면서 수평적 담합의 효과가 나타나는 디지털 카르텔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의 일괄적인 할인율 제한 조치를 수용한 여행사들이 담합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벌금이 부과되었고, 미국에서는 우버와 법적으로 사업자 관계인 운전기사들이 우버의 가격 알고리즘을 동일하게 이용한 것은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라는 판결이 나왔다.

Predictable Agent 유형은 인터넷을 통해서 가격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가격이 알고리즘에 의해서 탄력적으로 결정되는 시장 상황에서 명시적 합의 없이 발생하는 담합이다.

한 기업이 가격을 인하하는 순간 경쟁기업이 같은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을 경우 가격 인하로 애초에 기대했던 고객 유인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가격경쟁보다 묵시적 담합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각국의 실증 연구에 따르면 주유소 가격공개 정책 후에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디지털 시장에서는 알고리즘으로 경쟁기업을 모니
터링하고, 가격을 즉각 동조화시키는 ‘알고리즘에 의한 의식적 병행행위(algorithm-enhanced conscious parallelism)가 쉽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 경우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Autonomous Machine 유형은 기업의 의사결정을 대리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정교한 예측력에 의해 초래되는 담합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 시장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스스로 경쟁 제한적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법적인 대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디지털 카르텔이 적발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알고리즘 감사 제도를 통해서 알고리즘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자는 제안, 기업의 법인격과 같은 법적 지위를 알고리즘에 부여하여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하자는 제안 등 새로운 경쟁환경에 맞는 전향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규제당국과 소비자도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기업과 대등한 정보 수집, 분석 능력을 보유하여 대응하자는 새로운 발상의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디지털 카르텔이라고 할 수 있는 법적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자상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유사한 사례들이 나타날 수 있다. 알고리즘에 의한 자동화의 장점이 디지털 카르텔에 의해서 희석되지 않도록 제도적 대응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전자상거래, 공유경제 등 인터넷과 컴퓨터를 기반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디지털 경제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담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5년 미국 법무부는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발생한 담합 사건에 대해서 최초로 고발하였고, 2016년 유럽에서는 여행 예약을 대행하는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 업체의 담합 혐의를 인정하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편, 지난 해 3월 미국 뉴욕연방지방법원은 차량공유서비스 우버(Uber)의 가격 알고리즘이 담합을 조장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우버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하였다.

이들 담합 사례에서는 과거와 달리 알고리즘이 사업자간 정보교환뿐만 아니라 가격을 비롯한 중요한 거래조건을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학계와 경쟁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도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바라보고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시장에서 담합이 쉬워지는 이유

디지털 시장은 다수의 기업이 존재하는 시장 상황에서 합의가 없어도 기업간 상호의존행위에 따른 담합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경제학 교과서의 간단한 ‘죄수의 딜레마’ 모형을 통해서 이러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이 모형은 참여자간 합의가 불가능한 1회성 게임의 경우, 합의가 가능한 1회성 게임의 경우, 합의가 불가능한 반복 게임의 경우로 나누어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 살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시장의 높은 투명성과 거래빈도가 담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참여자간 합의가 불가능한 1회성 게임

참여자간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두 기업의 우월전략은 둘 다 낮은 가격을 선택하는 것이 된다. 상대 기업이 높은 가격이나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과 관계 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항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즉, B기업이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A기업의 손익은 높은 가격(+5)보다 낮은 가격(+10)일 때 유리하다. 또한, B기업이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에도 높은 가격(-5)보다 낮은 가격(+3)이 더 유리한 선택이 된다. B기업도 마찬가지로 낮은 가격이 더 유리한 선택이 된다(차트 11 ). 두 기업은 동시에 높은 가격을 선택하는 쪽(+5, +5)이 유리하지만, 합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던지 간에 낮은 가격(+3, +3)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과점이론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1회 비협조적 내쉬균형(one shot, non-cooperative Nash equilibrium)이라고 한다.

합의가 가능한 1회성 게임의 경우

만약 두 기업이 합의가 가능할 경우에는 동시에 높은 가격을 선택하는 것이 우월전략이 된다. 두 기업의 협조로 시장은 모든 제품이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담합의 상태가 된다. 담합에 참여한 기업은 더 높은 수익을 얻게 되지만, 소비자들은 경쟁상황일 때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 제품을 사야 하는 상황이 된다. 경쟁당국이 기업들의 합의를 금지하는 이유는 이러한 반경쟁적인 결과를 막기 위해서이다.

합의가 불가능한 반복 게임의 경우

만약 두 기업이 합의를 하지는 못하지만 반복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두 기업은 모두 높은 가격을 선택하게 된다. 1회성 게임과 달리 보복가능성이 존재하는 반복게임에서는 협조적 전략이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상대기업이 높은 가격을 제시했을 때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 한번 이득을 얻고 가격 경쟁에 돌입하는 것보다 장래의 이익이 모두 높도록 협조하는 것이 서로에게 유리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합의를 하지 않았음에도 합의한 것과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알고리즘에 의한 의식적 병행행위의 발생

투명성과 거래 빈도가 높은 디지털 시장은 기업들이 과점상태에서 반복게임을 하는 양상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투명한 시장은 과점시장과 같이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준다. 경쟁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예측하기 위한 정보처리의 부담이 높아지지만,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자동화할 경우 이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시장에 대한 모든 데이터가 공개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뛰어난 컴퓨터와 알고리즘이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완전경쟁시장에서도 과점시장에서의 상호의존성이 나타날 수 있다.
디지털 시장의 높은 거래빈도는 시장에 참여한 기업들이 반복게임을 하는 것과 유사한 양상을 만들어 내게 된다. 기업들은 거래가 발생할 때 마다 경쟁기업의 행동을 예측하여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데, 거래가 자주 발생 한다면 반복게임에서처럼 상호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시장에서는 기업 간 합의가 없더라도 담합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른바 알고리즘에 의한 의식적 병행행위(algorithm-enhanced conscious parallelism)가 나타나는 것이다. 합의에 대한 증거, 추정에 따라 카르텔을 판단하고 있는 기존의 경쟁법으로 규제하기 힘든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에서도 디지털 카르텔이 나타나고 있을까?

전자상거래의 대표적 형태인 온라인 쇼핑은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0~2016년 온라인 쇼핑은 연평균 17.3%가 증가하였으며, 올해 1~5월까지 전년대비 19.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PC를 이용한 인터넷 쇼핑은 정체하고 있는 반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쇼핑은 2013년 통계 집계 이래로 지난해까지 연평균 75.6%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8.2%에서 올해(1~5월)는 18.8%까지 증가하였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에 따라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전자상거래가 소비자들의 주요 구매 수단이 됨에 따라 디지털 카르텔이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카르텔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사례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온라인 암표상을 처벌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티켓 싹쓸이 처벌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경범죄처벌법, 공연법 등의 개정안이 그것이다. 철도, 공연, 스포츠경기 등은 인터넷 예매가 일반화된 상황인데, 암표상들이 예매를 자동적으로 처리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다량의 티켓을 독점적으로 예매하고, 이를 비싼 값에 재판매하는 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현행 관련법들은 과거 오프라인 예매를 상정하고 제정되었기에 온라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암표상에 대해서는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개정안들은 이러한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발의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온라인 암표 매매 행위는 디지털 카르텔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암표 거래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암표 매매에 대한 제재조항이 마련되면, 디지털 카르텔 여부의 의미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티켓 재판매reselling)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2차 티켓 시장이 합법화 된다면, 1차 티켓 시장에서 티켓을 다량 구매한 티켓 브로커들이 2차 시장에서 담합하여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일부 수정하여 티켓 구매와 재판매를 자동화함으로써 디지털 카르텔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대한 연구에서는 디지털 카르텔의 조짐이 일부 관찰되기도 한다. 전지은, 이충권(2014)은 국내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모니터, 프린터, 마우스 등 컴퓨터 주변기기 제품 가격을 수집하여 판매자들의 가격조정 패턴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판매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조정하는 가격 담합 현상이 나타났으며, 가격인하보다는 가격 인상이 동일한 시점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8] 해당 연구는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제한된 시기에 수집한 데이터에서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 대한 조사는 아직 더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전자상거래 시장 전반의 디지털 카르텔 여부를 조사한 사례는 없지만, 최근 유럽집행위원회의 전자상거래 분야 시장조사(sector inquiry)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집행위의 조사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소매업체의 3분의 2가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서 경쟁사업자의 가격을 추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일부는 가격까지 자동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9] 디지털 단일시장 전략(Digital Single Market Strategy)를 통해서 회원국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유럽집행위원회는 디지털 카르텔이 온라인 시장에서의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EU 경쟁총국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조사에 나서고 있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