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3월 29일 일요일
 
 
  현재위치 > 뉴스지닷컴 > 학회

기업 75.1% ‘신입직 채용 시 학벌 고려’

 

정치

 

경제

 

사회

 

생활

 

문화

 

국제

 

과학기술

 

연예

 

스포츠

 

자동차

 

부동산

 

경영

 

영업

 

미디어

 

신상품

 

교육

 

학회

 

신간

 

공지사항

 

칼럼

 

캠페인
코로나19 극복 위한 ‘지역사랑 5% UP’ 캠페...
아동학대인식개선사업 ‘학대피해아동 발견 ...

포토뉴스
 

[경제] 향후 5년 미중관계 변화와 영향

10년 뒤엔 중국의 국력이 미국과 동급
뉴스일자: 2017-09-07

1. 향후 5년이 중요한 이유

지난 20여년 간도 그랬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진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오늘날 지구 상에서 가장 힘 센 강대국들이며, 우리나라는 두 나라와 경제적으로나 외교안보적으로 긴밀히 얽혀있기 때문이다. 양국 간의 관계는 지금까지 약 60년간 이어져오면서 때로는 협력 측면이, 때로는 갈등 측면이 우세한 양상을 보여왔다. 최근 10여년 간은 갈등과 대결 측면이 두드러진 모습인데, 앞으로 몇 년간 이러한 흐름이 고조되면서 양국관계가 자칫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자칫 ‘경중안미(經中安美•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의 균형잡기로는 헤쳐나가기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향후 미중관계의 전개를 예상해볼 때 시기상으로는 향후 5년간이 특히 주목이 되는데,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새롭고 강력한 리더십의 등장이다. 두 나라 모두 올해 2017년이 정치 일정 상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올1월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서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올 가을, 아마도 11월 초에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가 열린다. 시진핑의 두 번째 5년 임기의 시작을 알리는 빅 이벤트다. 이들 두 강대국의 최고지도자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자국 국민의 여망을 국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트럼프는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실리를 챙기기 위해서라면 서슴지 않고 과거 정부의 약속을 뒤집고 미국 대외정책의 관례를 깨고 있다. 시진핑은 기득권 세력과의 대결이 수반되는 개혁과 구조조정 작업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위한 당내 규율 강화와 사회 기강 세우기를 명분으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5년을 눈여겨봐야 할 두 번째 이유는 한편으로 이 기간에 미중 간 협력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상황이고, 다른 한편으로 두 나라 간 주고받기가 충분히 가능한 조건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자기 뜻대로 처리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가 북한 핵 문제다. 북한은 이미 미국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ICBM급 탄도미사일 개발의 막바지 단계에 진입해 있다. 미국으로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문제는 ‘핵 시설 선제타격’이나 ‘김정은 제거’ 같은 리스크가 상당히 큰 군사적 해법이나, 북한이 절실히 바라지만 미국이 거부하고 있는 ‘북미 간 직접협상’을 배제할 경우, 중국을 앞세운 제재 또는 협상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이다. 무역 불균형, 중국과 주변국들 간 영토분쟁 등 여러 이슈에서 갈등하고 있는 중국과 협력하지 않고서는 북핵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갈 수 없는 곤혹스런 상황인 것이다.

다행인 것은 북핵에 대한 미중 간 공동대응이 가능할 수 있는 명분과 조건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두 나라 모두 북핵이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점과 양국의 어젠다 상의 우선순위를 고려해볼 때 두 나라 간에 주고받기 식 대타협이 성사될 만한 여지도 있다. 국가간 협상은 모든 이슈에서 50대 50으로 균형을 맞추는 식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몇 가지 이슈에서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고, 다른 몇 가지 이슈들에서는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주고받기(barter)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상례다. 트럼프는 대외 영향력 확대보다 무역적자 감소,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이득을 중시한다. 반면 시진핑은 대외 영향력 확대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성장보다 구조조정을 중시한다. 서로 우선시하는 것이 다른 만큼 최우선 요구 사항들을 서로 주고받는 절충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글에서는 향후 5년간의 미중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먼저, 미중관계의 장기적인 흐름을 조감해본다. 지난 60년간의 협력과 갈등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석학들의 전망들을 토대로 향후 30년의 양국관계를 가늠해본다. 이어, 앞으로 5년간 미중관계의 새로운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선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의 국정 어젠다가 무엇인지가 먼저 확정되어야 한다. 두 지도자가 무엇을 목표로 삼아 어떠한 국정과제들은 추진하고자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두 지도자의 어젠다가 각국의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각국의 정치적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차기 정부에서도 승계될 만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만, 두 사람 간의 주고받기 결과가 앞으로 장기간 유지될 미중관계 재정립의 기본 구도가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시대정신 반영’과 ‘정치적 전통의 승계’, 이 두 가지 요건이 기본적으로 충족된다고 보고, 그러한 전제 하에 두 지도자 간 주고받기 식 타협의 논리와 구도를 도출하고자 한다. 나아가, 양국 간 타협에 따라 우리나라나 우리 기업들에게 영향을 주는 지경학적 및 지정학적 환경(통상, 투자, 지역패권, 북핵 등)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점검해본다.


2. 미중관계의 흐름

1949년 중국공산당의 신 정부 수립 이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두 번 부침을 겪었으며, 2010년대 들어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큰 흐름을 살펴보면, 1969년 핑퐁외교와 1978년 국교 수립을 계기로 관계가 개선되었으나, 1989년 천안문 사태와 뒤이은 미국 주도의 대중 국제 제재 이후 관계가 급랭했다. 그 뒤 2001년 9.11사태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관계가 호전되었으나, 2011년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 선언 이후 재차 악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시기별로 보면, 1950~60년대에는 봉쇄(Containment), 1970~80년대에는 소련 견제를 위한 전략적 포용(Strategic Engagement), 소련 해체 이후는 포용과 봉쇄의 혼용(Congagement) 정책을 적용해왔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냉전 시기 양극체제 하에서는 ‘사회제국주의’ 소련의 위협에 맞서 미국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유지했으며, 소련 해체 이후의 일극체제(팍스 아메리카나) 하에서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지침에 따라 내실을 키우는데 주력했고, 금융위기 이후 다극체제로의 이행기에 들어와서는 미국에 ‘도전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는 한편으로 꾸준히 대외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중이다(유소작위 또는 주동작위).

앞으로 미중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지만, 오랫동안 이 문제를 연구해온 학자들의 시각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이러하다. “경제 규모에서의 역전은 시간 문제이지만 군사력과 소프트파워 면에서 미국의 우위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며, 양국 간 패권경쟁은 결국 전쟁을 포함한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은 크게 ‘미국의 우위가 지속된다’는 시각과 ‘미중간 패권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관점으로 나눌 수 있고,후자는 다시 ‘패권경쟁 양상이 평화적일 것’이라는 입장과 ‘패권경쟁은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점으로 양분된다 미국 우위 지속’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인 하버드대학의 조지프 나이(Joseph Nye) 교수는 “미국의 국력이 압도적 지위를 잃게 되더라도 미국이 만든 제도적인 틀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게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세기’, 즉 미국이 세계 질서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장악하진 못하지만, 글로벌 세력균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시기’는 최소한 -이 개념이 처음 나온 1941년부터 100년째 되는 해인- 2041년까지는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 경제 규모에서 중국에 추월을 당하더라도 군사력과 소프트 파워에서 미국의 현격한 우위가 지속될 것이며, 중국의 패권 도전은 인도, 일본, 호주 등 지역 라이벌 국가들의 반(反)중국 동맹 형성을 촉진시키는 반작용을 불러옴으로써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2012년에 발표한 <대안적 세계: 글로벌 트렌드 2030> 보고서에서, 나이 교수와 비슷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즉, 2040년대 전반기에 중국의 종합국력이 비로소 미국을 능가할 것이며, 그 이전에는 경제력에선 중국이 역전에 성공하지만 미국이 다른 영역에서 앞서고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함으로써 여러 강대국들 가운데 ‘동급최강(First mong Equals)’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최근 30여년간의 눈부신 경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결코 미국과 어깨를 겨룰만한 수준으로 발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중국 출신의 비판적 중국 연구자인 민신페이(Minxin Pei)는 중국이 체제 상 한계로 인해 결국 2류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본다. 공산당 일당독재에 뿌리를 박은 고질적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관료주의 등의 문제들은 체제 변혁 없이는 해결될 수 없으며, 현 체제가 유지되는 한 결국 성장 정체와 체제 파산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패권경쟁 불가피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위기감을 느끼는 미국의 현실주의자들과 중국의 부상을 선전하는데 열을 올리는 중국의 관변 이데올로그들이 공통적으로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공격적 현실주의자’를 자처하는 미어세이머(John J. Mearsheimer)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인구 규모와 경제력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은 나치독일이나 소련보다 강력한 지역패권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에 따르면, 근대 이후에 전세계를 지
배하는 글로벌 패권국(global hegemon)은 존재한 적이 없으며,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서반구의- 지역패권국(regional hegemon)이 되었다. 동시에 미국은 다른 대륙의 잠재적 지역패권국을 바다 건너에서 견제하는 해외균형자(offshore balancer)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이제 막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의 잠재적 지역패권국인 중국에 대해서도 해외균형자로서 억제력을 발휘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어세이머 교수는 강대국들은 국제체제에서 생존을 제1의 목표로 삼는데, 상대국의 의도를 결코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자국의 상대적 힘을 극대화하는데 매달리게 된다고 주장한다. 즉 강대국들은 국제체제의 속성 상 패권적 지위의 확보를 위해 전력투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국이 지역패권을 추구하려 하는 한 미국과의 안보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아시아 지역은 한반도, 대만, 남중국해 등 일촉즉발의 분쟁 지역이 많고 냉전 시기 미소가 대립했던 유럽대륙보다 핵무기가 전쟁에 동원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미중 간 재래식 전쟁이 터질 가능성은 냉전시기에 미소 간 전쟁의 발발 가능성보다 크다는 게 그의 관측이다.

시진핑 주석이 2013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언급한 바 있는 ‘투키디데스의 덫’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기한 그래함 앨리슨(Graham Allison)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역사적 사례 연구에 기반하여 기존의 패권국인 미국과 새로 패권국으로 부상 중인 중국 간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크다고 주장한다. 기존 패권국과 새로운 패권도전국 간의 대결이 과거 500년간 16건이 있었고, 그 중 12번은 전쟁으로 비화했는데, 미국 대 중국의 대결도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잘 대변하는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2013년에 쓴 책에서 “앞으로 10년 뒤엔 중국의 국력이 미국과 동급이 되어, 양극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2023년경이 되면 중국이 GDP에서 미국을 상회하지만 군사력이나 문화 면에서는 여전히 미국에 뒤질 것이라는 점을 그도 인정한다. 하지만 미국은 부채 문제 등 산적한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기엔 정치력이 부족하여 발전이 정체되는 반면, 중국은 빠른 추격을 이어감으로써 미중 간 글로벌리더십 경쟁이 격화된다는 것이다. 옌 교수는 하지만 미중은 상호간 최대의 무역 상대국으로서 공멸의 결과를 낳게 될 전쟁은 서로 회피할 것으로 낙관한다.

3. 트럼프 및 미국 어젠다

(1) 트럼프는 어떤 사람인가?

트럼프는 대중과 언론의 이목을 끄는데 능한 연예인이자 공격적인 협상을 통해 최대한의 이득을 이끌어내는 수완 좋은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동시에 갖고 있다.

① 연예인으로서의 면모

트럼프는 대통령 출마 직전까지 10년 이상을 연예계에서 활약했다. 1997년 이후 12개 영화와 14개 TV 시리즈에 카메오로 출연했고, 2004~2015년 NBC TV의 쇼 프로그램 <The Apprentice>의 진행자 역할을 14개 시즌 동안 맡으면서 2억 달러 가량의 출연료 수입을 거뒀다. 두 차례 에미상 후보에 올랐고, 2007년 헐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하기도 했다.

탁월한 연예인 감각은 대통령 선거에서 빛을 발했다. 유명 컬럼니스트 크리스텐 앤더슨의 평에 따르면, 트럼프는 때로는 싸움꾼(fighter)으로, 때로는 승자(winner)로, 때론 아웃사이더(outsider)로 능숙하게 자신을 연출해냈다. “유능한 엔터테이너인 그는 끊임없이 이런 모습들을 보이지 않으면 청중들이 지루해하고, 청중들이 지루해하는 순간 엔터테이너는 실패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여론에 어필하고 언론을 활용하는 것은 트럼프의 오래된 인기 노하우다. 30년 전에 쓴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라는 책에서 그는 “뭔가 대담하고 논쟁거리가 되는 일을 하면 신문이 기사를 쓴다. 비판적인 기사라도 사업엔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 바 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연예인 기질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멕시코 장벽 설치, 대만 총통과의 전화 통화 등은 정책 선택에 있어 실질적 효과보다 상징성과 여론 주목 효과가 중시된 사례다. 연예인 감각의 정책 추진은 때로 말 뒤집기와 언행 불일치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과거 오바마의 리비아 폭격에 반대했으나 올 4월 시리아 폭격을 결정한 것이나, 5월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집단방위’ 조항을 승인하지 않았다가 한 달 후 같은 조항을 준수하겠다고 약속을 한 것에서 이런 모습이 드러났다.

② 사업가로서의 면모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뒤 전임 정부들이 서명한 다자간 협약이나 합의들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해당 이슈들을 양자간 협상 테이블로 옮겨 최대한 이득을 짜내려 하고 있다. NAFTA 및 한미 FTA 재협상, TPP 추진 중단 등이 그런 사례다. 그는 또한 국제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 다른 나라들을 적과 우군 구분 없이 미국과 이익을 다투는 경쟁자들로 간주하는데, 파리협약에서 탈퇴한 것이나 동맹국들에게 안보 부담을 늘리라고 요구하면서 통상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다른 나라들을 하나씩 1대1 승부로 불러내어 각개격파해 나감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런 공격적 협상 전략은 그 나름의 사업 성공의 노하우이자 인생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30년 전과 10년 전에 그가 쓴 책들을 읽어보면, 트럼프는 자기 신념에 대단히 충실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뭐든지 크게 생각하라. 얼마나 크게 생각하느냐가 얼마나 큰 결과를 얻을지를 결정한다. 나머지는 디테일일 뿐이다.” “이기려면 최대한 거칠게 굴고,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하라.” (이상 Think Big Kick Ass, 2007) “최대한 옵션을 많이 확보하라. 난 한 가지 거래에만 몰두하지 않고,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그럴듯한 시장 조사를 믿지 않는다. 언제나 스스로 조사를 해서 결론을 낼 뿐이다.”(이상 The Art of the Deal, 1987). 이러한 사업가로서의 성공 공식이 대통령으로서의 국정운영 수칙으로 대부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정 운영은 사업과 다르다. 부동산 사업은 건축 허가를 따내고 건물을 지어 분양하면 되지만 국정 운영은 내치든 외교든 훨씬 더 복잡한 여건에서 훨씬 더 많은 이해당사자들과 맞붙어 훨씬 더 오랫동안 씨름을 해야 한다. 그만큼 장기적이고 종합적이며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트럼프노믹스(Trumponomics)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와 달리, 경제에 대한 신조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그들의 왕트럼프를 보필하기 위해 내놓은 제안들을 묶어 부르는 이름에 불과하다”는 류의 지적이 많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성과를 목표로 하지 않고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이익 극대화에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이다. 트럼프의 공격적 협상전략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도리어 상대국들의 반감을 사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대통령 유세 과정에서 잘 먹혔던 트럼프의 광인정책(mad man policy)은 이제 미국 외교정책의 최대 약점이 되어가고 있다”는 신랄한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2) 트럼프의 정책

① 기본 구조

트럼프 정부는 성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인프라투자 확대, 감세, 규제 완화, 보호무역 강화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대외패권 유지를 위해 국방비 증액을 추진한다. 이러한 정책들이 재정 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것에 대비하여 복지 지출을 줄이고 동맹국들에게 안보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도록 압박한다. 또한 ‘미국이 적자만 보는’ 다자간 통상협정이나 기후변화를 비롯한 전지구적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에서는 발을 뺀다. 그것이 미국의 통상 이익을 지키고, 에너지산업 규제 완화 같은 국내 경제정책 추진의 명분과 여건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그런데 성장과 일자리라는 대내 목표와 패권이라는 대외 목표는 각각 재정건전성과 모순적인 관계에 있다. 성장과 일자리에 집중하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기 쉽고, 패권 유지 역시 재정 건전성 악화를 감수하지 않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역으로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면 성장 제고와 일자리 확충에 제약이 생기고 패권 유지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복지지출을 축소하면 빈부격차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요컨대, 대내적으로 재정 악화와 빈부격차 확대, 대외적으로는 동맹 균열 및 글로벌 리더십 약화 등의 부작용이 트럼프의 정책 추진에 발목을 잡고 정책 추진여부와 강도가 조정되도록 하는 제약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② 경제정책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은 반세계화, 성장률 제고, 재정건전성 강화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반세계화 정책에는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이민 규제가 포함된다. 보호무역 정책은 TPP 탈퇴, NAFTA와 한미 FTA 재협상, 반덤핑과 상계관세 부과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호무역 정책은 대통령 재량권이 상당히 큰 영역으로, 선거공약이 상당
부분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 규제는 불법이민 처벌 및 근절에서 시작되어 합법이민 규제로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 장벽’ 건설은 올 9월 일부 구간에 대한 시범 건설에 착수될 예정이고, 이슬람 6개국 국민 입국 금지는 시행령이 대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상태로 수정•보완되어 시행될 전망이다. 이민 규제는 시행령 개정 만으로 집행할 수 있어 공약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성장률 제고 정책은 크게 인프라투자 확대, 규제 완화, 감세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인프라투자 확대 정책은 도로, 교량, 댐, 광대역통신망 등 인프라 개선을 위해 공공자금을 2,000억 달러 투입하고, 민간자본의 사업 참여를 유도해 인프라투자를 10년간 모두 1조달러 늘린다는 것으로, 6월 초에 대강의 윤곽이 나왔으나 구체적인 투자처나 재원 조달 방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정부 재원의 부족으로 인해 당초의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규제 완화 정책으로는 ▶배출가스 기준 완화, 중서부 지역 송유관 건설공사 허용 등 환경규제 완화, ▶환경보호청 예산 대폭 삭감, 파리협약 탈퇴 등 반(反)그린 정책, ▶도드-프랭크 법 폐지로 대표되는 금융 규제완화 등이 있다. 환경 규제 완화와 반그린 정책은 환경 문제에 민감한 일부 지방정부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어 효과가 반감될 전망이다. 환경규제 완화 정책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산업에서 미국의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이며, 금융규제 완화는 금융산업 성장에 기여하지만 금융시장 안정성은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인하하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5%로 내리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트럼프 감세는 아직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의회의 재정적자 증가 우려가 커서 감세 폭이 축소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재정건전성 강화의 성격을 띤 정책으로는 오바마케어 폐지와 정부보조금 축소를 꼽을 수 있다. 공공 의료보험 가입 유도 목적의 세제지원 폐지를 골자로 하는 트럼프케어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부결되어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비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유권자들과 의원들의 반대가 커서 상당한 양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학자금, 저소득층 생계비, 농업보조금 등에 대한 보조금 축소 역시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데 의원들의 반대가 심해 공약대로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다.

③ 외교안보정책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은 한 마디로 말해 ‘미국 우선주의’다. 무엇을 우선시하고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의 문제에 있어 그는 냉정한 현실주의자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등 미국적 ‘가치’들보다 실질적인 경제적 또는 금전적 ‘이익’을 우선시한다. 또한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군사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동맹국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냉정한 계산이 앞선다. ‘전통적 동맹관계 강화’는 립서비스에 그치고 있으며, 독일, 일본, 한국 등 오랜 동맹국들에 대해 통상 압력을 가하고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등 실익 짜내기에 골몰해 있다. 다른 한편 미국에 도움이 된다면 러시아, 시리아 같은 권위주의 정부들과도 협력할 의향을 갖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층 더 강도 높은 견제와 압박을 가하고자 한다. 국방비 10% 증액과 핵 능력 강화를 추진하고 아시아지역 미사일 방어 체제를 구축하는 등 본토와 아시아지역의 군사력을 강화한다. TPP, APEC 등 아시아 주요국들을 경제적 이익공동체로 묶으려는 다자간 지역 협력에는 소극적이다.
지역협력에 있어 안보적 이익과 경제적 실리를 철저히 구분하여 접근하는 전략이다.

초미의 현안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을 앞세운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우선시한다. 다만, 북한의 ICBM 조기 개발로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 군사적 옵션이나 직접 협상까지 고려에 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미국예외주의’에 입각해 적극적으로 군사력을 동원했던 부시는 물론, 적과 우군을 구분하고 우호세력을 늘려 중국을 견제하고자 했던 오바마와도 접근방식이 다르다. 오바마는 트럼프처럼 대외정책 추진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자 했지만, 트럼프와 달리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유지에도 신경을 썼다. NATO 회원국들이나 호주, 일본, 한국 등 전통적 동맹국들과 안보와 통상 측면에서 일관되게 협력을 강화했으며, 베트남, 미얀마, 이란 등 과거에 소원했던 나라들에 대해서도 관계 개선노력을 기울였다. 오바마는 또한 중국의 부상 억제를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보고 아시아 중심축(Pivot to Asia) 전략을 추진했는데, 태평양으로 함대를 증파하는 등의 군사적 대응과 함께 아시아지역 중심으로 새로운 통상 협력틀(TPP)을 마련하는 작업을 함께 추진했었다. 중국에 대해 트럼프보다 신중했고, 동맹국들을 트럼프보다 더 존중하고 배려했다고 할 수 있다.

④ 트럼프 대외정책의 연속성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의 대외정책 스탠스는 과거 미국 정부의 정책노선 추세의 연장선 상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클린턴 정부는 소련이 해체된 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의 자신감을 갖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대외 영향력을 확장해나갔다. 부시는 클린턴 시기와 같은 과도한 대외개입 반대와 교육개혁 추진을 제1공약으로 내걸어 대선에서 승리했으나, 9.11사태 발생 후 대외정책에 대한 시각이 극적으로 바뀌어 신보수주의의 영향 아래 군사력을 앞세워 패권적 대외 확장을 시도했다. 오바마는 부시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의 실패 이후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미국에서 고립주의 여론이 비등하는 점을 고려하여 전략적 ‘축소(Retrenchment)’를 추진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이익과 직접 관련이 없는 대외개입을 삼가되 미국 내에서 경제적 및 군사적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공화당 방식의 축소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공화 민주 양당의 기본 입장을 고려해볼 때, 트럼프의 대외정책 기조는 차기 정부에서도 계승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개정된 양당의 정강을 살펴보면, 대외문제에 대한 시각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접근되어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국 관련 부분을 보면, 공화당의 경우 중국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2012년 정강에서보다 훨씬 거세졌고, 대만에 대한 정책이 방어용 무기 판매,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을 포함해 한층 더 우호적인 내용으로 바뀌었다. 민주당의 경우 ‘하나의 중국’ 정
책을 지지하고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중국이 협조가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 유지되었지만, 직전의 정강에 비해 대화 및 협력 의지가 줄어들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와 양당의 입장이 사실상 동일하며, 통상과 안보 문제에서도 시각 차가 크게 좁아졌다. 차기 대통령이 어느 당에서 배출되든 대중국 정책을 비롯한 대외정책에서 정책 연속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트럼프 탄핵 시 대통령직을 승계할 마이크 펜스는 티파티 소속의 강경 보수파로, 공화당 노선에 충실한 인물이다.

4. 시진핑 및 중국 어젠다

(1) 시진핑은 어떤 사람인가?

미국 정치판에서 트럼프가 ‘듣보잡’이라면 시진핑은 중국 정계에서 ‘금수저’에 가깝다.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고, 중국에서 정치인으로 출세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고루 다 갖췄다. 5년 전인 2012년 아슬아슬하게 중국의 넘버원이 된 그는 일단 대권을 잡자 중국공산당 내부개혁과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최고권력자가 되기 전까지 시진핑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부친 후광’, ‘고난 속에서의 단련’, ‘온화원만’ 등 세 가지 키워드로 묘사할 수 있다. 첫째, ‘부친 후광’. 시진핑은 공산혁명가 부부인 시중쉰(習仲勋)과 치신(齊心)의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 시중쉰은 마오쩌둥, 덩샤오핑 등과 만리장정을 함께 했으며, 1959년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총리로 있던 국무원에서 부총리로 봉직했다.
시중쉰의 인물됨에 대해 일찍이 마오쩌둥은 ‘군중에서 나온 군중의 지도자’, ‘살아있는 마르크스주의자’, ’난롯불같이 순수한 청년’, ‘제갈량보다 지독한 놈’이라고 평한바 있다. 광둥 성의 고위 관료로 일할 때인 1979년 덩샤오핑에 경제특구 건설을 처음으로 건의한 사람이 그였다. 1986년 후야오방이 보수파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후를 변호하는 발언을 한 유일한 당내 지도자였고, 공개석상에서 덩샤오핑의 은퇴를 건의한 몇 안 되던 원로지도자였다. 이런 배포와 의리가 회자되면서 1993년 은퇴하고 2002년 사망할 때까지 후진타오, 원자바오 등 많은 후배 지도자들의 존경을 받았다.
시진핑은 40대 후반까지 인생의 굴곡을 아버지와 함께 했다. 20대 초반까지 아버지 때문에 고난을 겪었고, 그 뒤로는 아버지 후광 덕에 출세가도를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고난 속에서 단련’. 아버지가 반당분자로 몰려 지방의 공장으로 하방(下放)을 당한 지 4년 뒤인 1969년, 16세의 시진핑은 샨시(陕西)성의 한 농촌 마을로 하방을 당해 8년 동안 농삿일을 해야 했다. 초기에는 적응을 못 하고 무단이탈을 하기도 했으나 묵묵히 견뎌내고 5년 만인 74년 공산당 입당이 허용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전 수상은 시진핑의 하방 경력을 거론하며 “시진핑을 만델라 급 인물로 분류하고 싶다. 그는 강한 감정적 자제력이 있어 개인의 불행과 고난이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칭찬한 바 있다.

셋째, ‘온화원만’. “시진핑은 정치적으로 따지자면 보수적이지 않고, 적극적이지도 않다. 내심에는 시비가 있는 사람이지만, 결코 재능이 대단히 뛰어나지는 않다. 그의 침착하고 중후한 면은 창의가 부족하나 사방을 살피고 패기가 있으며 남들의 미움을 사지 않아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진 않을 것이다. 리커창은 좀 고결한 측면이 있어 당운영 같은 무미건조하고 범속한 일에는 적합하지 않다.” 리커창의 베이징대 동창생이 리커창과 시진핑의 인물됨을 비교해 한 말이다. 이 사람의 예상대로 2012년 제5세대 지도부 선정에서 시진핑은 리커창에 막판역전승을 거둔다. 장쩌민, 후진타오와 함께 5세대 지도부 선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은 “시진핑이 뒤떨어져 있던 사람이 앞선 사람을 추월하여 따라잡듯 다크호스 같은 모습으로 후진타오의 공청단 직계제자인 리커창을 뛰어넘어 황태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우세는 ‘각 방면에서 모두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촌평한 바 있다. 시진핑은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로 유방, 유수, 유비, 송강 등을 꼽았는데, 공통적으로 뛰어난 재능이나 원대한 지략은 없으나 인화단결에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 스스로 “정치에서는 완벽보다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고권력자가 되고 난 뒤 시진핑은 사뭇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포퓰리스트, 단호함, 개인숭배 등이 이러한 변화를 묘사하는데 자주 쓰이는 말들이다. 첫째, 대중적이고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 시찰을 자주 나가고, 그 때마다 근로자, 농민, 어린이들과 소탈한 스킨십을 즐겨했다. 장대비가 쏟아지면 바지 자락을 걷고 스스로 우산을 받쳐들었고, 허름한 식당에 들러 남들과 똑같이 줄을 서서 몇천원짜리 음식을 사먹기도 했다. 작년 말에는 중국의 최고지도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TV 신년사를 했다. 이런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인터넷에 빠르게 퍼지면서 그는 네티즌들에게 ‘시씨 아저씨(習大大)’로 불린다.

두 번째, ‘단호함’. 그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바마와의 정상회담에서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을 모두 품을 만큼 넓다”면서 아시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간섭 축소를 요구할 정도로 배짱도 두둑하다. 내치에서의 행보는 더욱 강심장 면모를 드러냈다. 아슬아슬한 역전승으로 대권을 쥘 정도로 2012년 11월 가장 약한 최고지도자로 출발했으나 다음해 3월 국가주석 취임과 동시에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올라 군 통수권을 넘겨받고, 이후 인적 및 제도적 군 쇄신을 추진하여 4년만인 올 3월까지 군 편제를 대폭 개편하고 군에 대한 통제권을 확실히 장악했다. 그 과정에서 군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120명의 장성 자리를 없앴으며, 군 수뇌부를 자기 사람으로 갈아치우는데 성공했다. 그는 또 저우융캉(周永康) 등 만만치 않은 정적들을 후유증 없이 제거했으며, 2013년 이후 고위관료 36명의 옷을 벗긴 반부패 투쟁을 밀어붙이고 있다. 셋째, ‘개인숭배’.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 지는 작년 4월 표지 기사로 ‘시진핑 숭배를 주의하라’는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시진핑은 중국의 최고위직을 모두 차지한 COE(Chairman Of Everything)로서, 제2의 마오쩌둥이 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작년 10월 시진핑은 ‘당 핵심’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당 핵심’은 덩샤오핑과 장쩌민에게 붙여지고, 후진타오에게는 붙지 않던 호칭이다. 작년부터 중국공산당의 헌법이랄 수 있는 당장에 ‘시진핑 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넣는 문제가 논의되더니, 드디어 올 7월 말 ‘시진핑 외교사상’이라는 용어가 중국외교부 홈페이지에 등장했다.

현행 당장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이 중국공산당의 지도이념으로 명기되어 있다. '시진핑 사상'이 당장에 명기될 경우, 시 주석은 일약 신중국 건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과 동급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2) 시진핑의 정책

① 기본 구조

시진핑이 제시한 최상위 국정 목표는 ‘중국의 꿈’의 실현이다. 목표 시점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 즈음인 2050년. ‘중국의 꿈’을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또는 ‘부강/민주문명/조화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실현으로 풀이한다. 하지만 ‘1인당 GDP 얼마’ 식의 수치 목표는 제시하진 않는다. ‘중국의 꿈’은 구체적 내용이 규정된 개념이 아니라 당내 토론과 정책 실행을 통해 채워나가야 하는 그릇이요, 화두에 가까운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논의들을 종합해 보면, 중국의 꿈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성당(盛唐)시대, 즉 태종부터 현종까지 100여 년(626~741)에 이르는 당나라 전성기의 찬란한 문명을 재현한다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치욕의 세기’, 즉 1차 아편전쟁(1840~42)부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1949)까지 100여년 동안 서구와 일본에 강탈당했던 실지(失地)의 회복이다. 옌쉐퉁에 따르면 ‘중국의 꿈’은 단적으로 왕도사상에 의거한 현대판 중화제국 건설을 말한다. 시진핑 정부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토대 마련을 위해 대내적으로 경제발전과 정치사회적 안정을 기하고, 대외적으로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주변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대내 목표는 경제발전과 정치사회적 안정이다. 중국은 지금 세 가지가 중첩된 시기에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경제성장률이 한 단계 아래로 떨어지는 시기이자, 금융위기 이후 무리한 경기부양이 낳은 후유증이 해소되어가는 시기이며, 구조조정의 진통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기이다. 개혁과 구조조정, 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해 ‘신창타이(新常態)’로 전환해야만 중국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사회적 안정 또한 필수적이다. 아무리 찬란한 문명이 꽃을 피우더라도 중국이 분열되거나 중국공산당이 통치권을 잃어버린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거꾸로 중국공산당이 중국을 이끌지 않고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고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은 없다고도 한다. 정치사회적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 사회의 최대 불안요인인 신장, 티베트 지역의 독립 움직임이 봉쇄되어야 하고, 인터넷을 타고 들어오는 서구 신자유주의 사조의 영향이 차단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사회 불만과 균열의 뿌리인 지역간 및 계층간 불평등이 해소되어야 한다. 또한 공산당 통치를 영구화하기 위해선 공산당원들의 도덕성과 윤리성이 제고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반부패 캠페인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한 대외 목표는 안보•외교•군사 방면에서의 대외 영향력 확대로 요약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토문제에 대한 강력 대응이다. 현재 난사군도(스프래틀리)에서 베트남과, 댜오위다오(센카쿠)에서는 일본과, 황옌다오(스
카보로)에선 필리핀과 영토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는 일대일로(一帶一路),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등의 적극 추진을 통한 지역적 영향력 확대다.
셋째, 이러한 대외 확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군사력 증강과 군 전력 현대화를 추진하는데, 중국의 지리적 조건 상 해군력 강화가 중시되고 있다.

② 경제 정책

시진핑 정부는 향후 5년간 성장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구조조정과 개혁, 산업경쟁력 강화, 부실 정리 등을 통해 중국 경제를 신창타이(新常態)로 전환시키는데 주력하고자 한다. 신창타이란 뉴노멀(new normal)의 중국식 표현으로, 경제성장률은 한 단계 떨어지지만, 성장률 수치가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성장의 내용이 질적으로 개선된 상태를 가리킨다. 시 주석이 신창타이를 처음 제기했던 2014년 당시에는 6~8% 수준이 적정성장률로 제시되었으나, 향후 5년의 신창타이 성장률은 ‘6% 안팎’으로 하향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더 이상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판단이다. 인구구조 상 임금을 올리지 않고도 무한정 노동력을 투입하여 경쟁력 있는 수출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인구 보너스’ 시기는 2012년을 전후하여 이미 지나갔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고 중국 경제의 덩치가 이미 커질대로 커져 경제활동 과실의 절반 가까이를 미래의 생산에 투입하는(2016년 투자율 44%) 투자주도형 성장방식은 생산능력과잉(설비과잉)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 자원투입을 많이 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여 성장하고, 수출을 늘려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수시장을 키워 수출시장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제성장 방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산업구조도 저임금 등 낮은 요소비용으로 승부하는 전통 제조산업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첨단제조업이나 미래신흥산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바꿔가야 한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성장모델에 맞게 구조조정(생산능력과잉 해소)과 개혁(국유기업, 조세, 금융 등), 부실 정리(은행 부실 해소) 등을 통해 과거 성장방식이 낳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경제 각 부문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까이는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첫 번째 100년’)까지 소강(小康)사회를 전면적으로 실현하고, 멀리는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두 번째 100년’)에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소임을 완수한다는 것이 시진핑 경제정책의 원대한 목표다.

③ 안보•외교 정책

시진핑 정부의 안보•외교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고 아시아지역의 패권국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군사력을 증강하고 다자간 지역협력틀을 마련하여 대외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포위망을 무력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주권 및 영토 보전, 경제와 사회의 지속 발전, 체제 보전 등을 ‘핵심이익’, 즉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국가적 이익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의 역대정부들은 줄기차게 대만과의 평화통일을 주장했지만, 대만과 미국이 요구하는 ‘무력 불사용’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런 약속을 하는 순간 평화통일은 물 건너간다는 게 이유였다. 덩샤오핑은 이와 관련해 1983년 미국 측에 “미국이 대만을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생각한다면, 중미관계는 조만간 파탄날 것이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큰일 날 것은 없다. 중화민족은 그래도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결연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비타협적 입장은 덩샤오핑 이후의 역대 중국 정부들이 고수하고 있으며, 대만 문제뿐만 아니라 남중국해나 동중국해 섬들을 둘러싼 영토분쟁에서도 이러한 입장이 견지되고 있다.

현재의 아시아지역 패권 구도 하에서 세 가지 핵심이익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시각이다. 주권 및 영토 보전이 담보되어야 중국 경제나 중국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되어야만 공산당독재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안보=경제’ 패러다임은 중국의 지정학적 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한편으로, 영토분쟁 대상 도서들의 주변해역에는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다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한편으로, 경제활동의 기본동력인 원유 등 에너지원 운송망이 일본~필리핀~호주~인도로 이어지는 미국의 포위망에 갇혀있다는 게 중국의 인식이다. 단적으로 중국의 원유 수입 중 86%에 해당하는 물량이 이러한 포위망 안쪽에 있는 말래카해협~남중국해나 태평양~남중국해 루트를 경유해 운송된다.

시진핑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역시 단순한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아니라 태평양과 인도양에 걸친 미국의 제해권 약화를 은근히 겨냥하고 있다. 즉, 영토분쟁 지역에 대한 지배력 확대나 일대일로 같은 경제협력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구멍을 내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미국 지배력의 경계를 먼 바다로 밀어낸다는 것이 중국의 기본 안보전략이다. 1차적으로 오키나와~필리핀~말레이시아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島鍊線) 밖으로 미국을 몰아내고, 궁극적으로는 제3도련선(알류산열도~하와이~뉴질랜드) 밖으로 미국 세력을 몰아낸다는 것이 내심의 야심찬 목표다.

(3) 시진핑 정책의 연속성

중국과 같은 일당독재 체제는 미국 같은 민주주의 체제에 비해 정책 연속성이 더 잘 보장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중국은 유능한 인재들을 장기간의 행정 경험을 통해 국가지도자로 양성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일관된 장기 정책 수행이 순조로운 편이다. 특히 최고지도자들에 대해서는 일정한 시간표를 갖고 10년 간격으로 적용되는 장기 통치 OJT와 계파간 합의에 기반한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통치의 안정성과 국정 어젠다의 연속성이 담보되도록 한다.

D-5년, 즉 최고지도자로 임명되기 5년 전에 원로들의 합의에 의해 차세대 최고위지도자 후보들이 선발된다. 이들은 중앙정치국의 위원이나 상무위원(1~2명)으로 임명되어 5년간 국정 OJT를 받는다. 5년 후 이들 중 2명이 국정 최고책임자(당 총서기 겸 주석과 국무원 총리)에 취임한다. 1기 임기가 끝나는 D+5년에는 원로들과 의논을 거쳐 차세대 최고위지도자를 같은 방식으로 선출한다. 2기 임기가 종료되는 D+10년에는 현직에서 은퇴하여 원로로서 국정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집단제도체제는 현 지도부와 원로들 간의 갈등이나 계파간 권력투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으나, 국정 어젠다의 연속성 담보라는 점에선 탁월한 장점을 발휘한다.

시진핑은 그 동안 꾸준히 자신의 권력을 강화해 왔으며, 올해 19차 당대회를 계기로 사실상의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는 시각이 많다. 앞으로 5년간 시 주석의 과도한 권력욕으로 권력투쟁과 사회경제적 혼란이 야기되어 공산당 지배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권력 강화 움직임에는 유례 없는 전환기적 위기 상황 속에서 개혁 과제들을 과감하고 효율적으로 풀어가는데 적합한, 그리고 주요 정파 및 원로들의 동의 또는 승인 하에 이루어지는, 중국식 책임정치의 한 단면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시진핑의 권력 강화로 인해 집단지도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 미중관계의 새로운 구도

지금까지 트펌프와 시진핑, 그들이 주도할 향후 4~5년간의 미중 정부의 어젠다들을 살펴본 결과 우리는 일반적인 평가와 다소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둘 다 개성이 상당히 강한 지도자들이다. 이들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여론을 자기들 뜻대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포퓰리스트적 언행 속에 강한 권력욕을 감추고 있으며, 기존 질서나 관례에 순응하기보다 그걸 바꾸고자 한다. ‘관리형 지도자’라기보다 ‘변혁적 지도자’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 특히 대외정책의 방향은 과거 자국 정부의 정책 수행 과정에서 형성된 대외정책의 추세나 흐름을 거스르거나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도리어 그것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의 대외정책들이나 그것들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상호조율을 거쳐 도출되는 양자간 합의들은 후임자들에 의해서도 계승되어 향후 미중관계를 규정짓는 프레임의 중요한 일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책 어젠다 비교

그렇다면, 앞으로 5년간 트럼프와 시진핑 간의 주고받기, 즉 미국과 중국 간의 국가이익 조율은 어떠한 구도와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두 사람의 정책 어젠다를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먼저, 국정 목표를 비교해보면,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목표로 내걸고, 국내 경제의 성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다. 시진핑의 목표는 ‘중국의 꿈’ 실현이다. 이를 위해 대내적으로 경제 발전과 정치사회적 안정, 대외적으로는 안
보•외교•군사 방면의 영향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 중 어느 하나를 우선시하지 않고 동시에 추진하고자 한다.

대내 정책을 보면, 트럼프는 미국 경제가 전세계 주요국 경제 가운데 가장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도 경기를 부양하고자 한다. 재정건전성 제약 하에서도 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으며, 성장을 위해서라면 ‘환경’이나 ‘국제협력’ 같은 과거 정부에서 중시되던 가치들을 희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진핑의 대내정책 키워드는 개혁과 구조조정이다. 성장률 목표는 실제 성장률 추세에 맞춰 유연하게 하향조정할 의향이 있으며, 성장이 둔화되어도 저(低)탄소경제 전환이나 친환경산업 육성 등 경제의 질적인 변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대비된다.

대외정책에서도 트럼프와 시진핑은 관심의 방향이 다르다. 트럼프 대외정책은 한 마디로 보호주의와 신고립주의다. 기후변화 등 전지구적 이슈들을 외면하고 TPP 등 다자간경제협력에서 발을 뺀다. 대미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들에 흑자를 줄이라는 압력을 넣고 동맹국들에게 안보비용 부담을 늘리도록 요구하고 이민 규제를 강화한다. 반면 시진핑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옹호하고 글로벌 이슈 대응과 관련해 미국이 주도권을 내려놓는다면 중국이 이를 흔쾌히 넘겨받겠다는 의향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 경제질서와 국제 안보질서를 ‘가이드’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RCEP 등 다자간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민 규제로 미국이 시끄럽던 시기에 “외국인들에게 중국 영주권을 적극 부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요컨대, 두 사람 모두 자기 나라를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으나 방법과 수순이 다르다. 트럼프는 대외이슈에 비해 대내이슈를 우선시하고, 대내정책에선 성장률 수치를 중시한다. 반면 시진핑은 대외이슈를 대내이슈만큼 중시하고 대내정책에선 성장률 수치보다 성장의 내용을 중시한다. 또한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이 필요한 영역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지만, 중국은 이런 이슈들을 리드해나가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정책 우선순위가 뚜렷이 다른 만큼 두 사람 간에 협상을 통해 주고받기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양자의 정책 우선순위와 협상 스타일로 미뤄볼 때, 트럼프는 경제적 실리를 얻고 시진핑은 지역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타협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자국의 취약한 재정 상황을 고려해 섣부른 대외확장을 삼가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경제적 실익, 특히 자신의 준거 계층인 백인 근로자들이 환호할 만한 실익을 얻어낼 수 있다면, -물론 그 대가로 중국의 관심사에 대해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겠지만- 자신의 협상 능력을 증명하고 정치적 지지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볼만한 거래라 할 수 있다. 시진핑 역시 경제 구조조정작업에 차질을 빚지 않는 한도에서 미국 제품의 시장 접근성을 높여주는 대신 대외영향력 확대와 직결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영토문제에서 미국의 협조 또는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래라고 볼 수 있다.

(2) 미중의 상대국에 대한 요구사항

미중 두 나라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슈들을 양자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인가? 양국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과 논평, 상대국의 투자 및 시장 환경에 대한 조사보고서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양측의 요구사항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트럼프 정부의 중국에 대한 요구는 양국간 통상 및 투자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핵심 목표는 대중 무역적자 축소다. 이를 위해 대중수출 확대에 필요한 시장접근성 제고와 대중수입 축소를 위한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을 중국 측에 요구한다. 환율문제도 무역 불균형의 각도에서 풀어가고자 한다. 위안화의 ‘고의적’ 저평가에 강력히 반대하며, 수출입 물량 조절로 무역적자를 줄이지 못할 경우에는 위안화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또한 중국의 값싼 수출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수시로 취하고, 반덤핑의 근본원인으로서 중국의 설비과잉 문제나 국유기업 지원 문제에 대해 계속 시비를 걸고 있다. 미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투자 장벽, 특히 서비스투자 장벽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통상과 투자 이외에, 트럼프 정부는 아시아 지역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이 주변국가들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들에 대해 중국이 군사력을 확장하는 것을 반대한다. 또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북한을 강력히 압박함으로써 사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한다.

중국은 통상, 투자, 지역패권, 북핵 등의 문제들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 통상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이 자국기업들의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대형 여객기, 마이크로칩 등 고(高)기술 제품들에 대한 대중 수출 규제를 풀어줄 것과 외국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건을 심사할 때 유독 중국 기업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차별대우를 해소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또한 미국이 무역구제 조치 남발을 자제해줄 것과 WTO 가입 시 약속했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통상 현안 이상으로 목청을 높이는 것은 영토분쟁, 북핵 등 안보 이슈들에서다. 영토 문제에 대해 직접당사자가 아닌 미국이 불간섭 또는 중립 스탠스를 유지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RCEP, FTAAP 추진에 대해 미국측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북한 체제 보장 전제 하에 대화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국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3) 미중 간 협상 전개 방식과 타결 구도

미중 간 주고받기는 한두 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잘 조직된 패키지딜의 형태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절충과 재절충이 누적적으로 이루어지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나 시진핑 모두 현재의 양국 관계나 현존의 국제질서를 변경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만큼 협상 테이블에 올려질 어젠다의 범위가 넓고 최종적인 타협에 이르기까지 난관이 상당히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협상을 통해 모든 이슈들이 이미 커버되었다고 해도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추가협상과 재협상이 벌어질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무역적자 개선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미국은 한층 더 강도 높은 무역 불균형 시정 조치를 중국에 요구하거나 일방적으로 취함으로써 기존 합의의 틀을 수정하려 들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북한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거나 합의를 깨고 도발적인 행동을 할 경우에는 새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어 미중 간 북핵 해법 합의와 이익조율이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할 수도 있다.

협상을 제안하고 협상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주로 트럼프가 될 것이다. 현상에 대한 불만을 더 많이 갖고 있고 협상의 효과에 대한 믿음과 협상에 대한 자신감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특유의 과격한 발언으로 협상 옵션을 극대화한 뒤, 실무 논의 과정에서 실질적 관심사와 타협안을 노출시켜 ‘극적인’ 합의에 이르는 모양새로 협상을 주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고받기의 구도는 앞서 설명한 바대로 통상, 투자 등 경제 영역에서 중국이 미국 측에 양보하고, 영토분쟁이나 다자간 협력 프로그램 추진 등 비(非)경제 영역, 즉 안보 및 외교 영역에서 미국이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중국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차트 7 ). 이는 일차적으로 트럼프와 시진핑의 국정 어젠다상 우선순위 및 국정 운영 스타일의 차이에서 연역되어 나온 결론이지만, 나아가 두 나라 국력의 장기적인 추세와 부합하는 구도이다.

미중간 주고받기의 구도는 미국의 공격에 대해 중국이 어떤 수비를 펼치느냐에 따라 형성될 것이다. 미국이 한 가지 영역에서 공격을 해온다면 중국으로서는 많이 잃느냐 적게 잃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이 빅딜 형태의 양면 공격을 해온다면 중국은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협상은 단일 이슈를 두고 ‘전부 아니면 전무’ 식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경제 및 외교안보 이슈들을 망라하는 주고받기 딜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 양상은 미국은 경제적 실익을 취하고 중국은 외교안보적 이익을 중시하는 선택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실익은 미국이 취하고 안보외교 상 이익은 중국이 취하는 타결 구도는 미중 간 협상 전초전이었던 ‘100일 계획’ 합의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100일 계획’은 올해 4월 6~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것으로, 양국 실무진의 논의를 거친 뒤 5월 11일 10개 항의 합의사항이 발표되었다.[20] 당초에 정상회담 100일 후인 7월 16일까지 합의사항 이행을 완료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대부분 완료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다.

‘100일 계획’에서 중국이 수용한 미국 측 요구는 ▶2003년 광우병 파동으로 중단된 쇠고기 수출 재개 ▶미국산 바이오 제품 안정성 평가 후 인증(5월 말까지 완료) ▶미국산 LNG 수입 ▶외자 지분 100%의 신용평가회사 시장 진입 허용 ▶미국 전자결제서비스 업체들에 대한 라이선스 부여 ▶미국 금융기관 두 곳에 중국 내 채권 인수 및 정산 업무 허용 등이다.

미국 측은 대신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5월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대표단 파견하기로 약속했고, 이를 실제로 이행했다. 미국 측은 이밖에도 ▶중국산 가금류의 가공육에 대한 대미 수출 장벽 해소 ▶미국 상품선물위원회가 상해청산소에서 이루어진 파생상품 거래 건에 대한 신고 면제 기간을 6개월 연장 ▶미국 내 중국 은행들에 대한 감독 상 차별 해소 등을 약속했으나, 이것들은 대체로 실제 임팩트가 크지 않은 조치들이다.

6. 미중관계 재정립의 영향

미중관계의 재정립은 미중 간 교역이나 투자, 양국 통화의 환율 등 경제변수들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미국 발 보호주의의 확산 속도나 중국이 추진 중인 위안화 국제화의 진전 정도에 따라 국제 통상 질서와 국제 금융 시스템에도 시간을 두고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

경제영역 이외에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상황도 미중관계가 재정립됨에 따라 심대한 변화를 겪을 수 있다. 북핵에 대한 미중과 국제사회의 대응은 북한 정권의 진로와 한반도 정세는 물론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일본의 역할에 있어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향후 5년은 이러한 다방면의 변화와 그것이 초래할 영향의 전모를 관찰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시간이다. 다만, 미중 통상과 투자, 지역패권, 북핵 문제 등 일부 영역에서 비교적 뚜렷한 변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도 그에 따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 미중무역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중 양국은 우선 미국의 대중 수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무역수지(수출-수입) 개선에는 수출을 늘리는 것과 수입을 줄이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전자는 후자에 비해 무역전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작고 상대국의 양해를 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수출 확대는 품목별로 보면, 중국이 수입 규제를 취하고 있거나 중국에 대한 수출이 여타 지역에 대한 수출에 비해 크게 적은 품목들을 위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 등 동물제품과 식음료 제품, 자동차 및 부품, 원유와 천연가스 등이 이런 유형의 대표 품목들이다. 교역 경로로는 미국 기업의 중국 정부조달 사업 참여 확대, 중국 국유기업의 미국 제품 수입 확대 등이 단기간에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루트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업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미국이 이미 흑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타 시장대비 중국의 수입이 크게 적은 전문컨설팅, R&D서비스 등의 기타서비스업과 금융업에 대한 시장 접근성이 제고될 여지가 있다.

대중수출 확대가 무역적자를 크게 줄이지 못할 경우 미국은 무역적자 감축의 두 번째 단계의 수단으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일방적으로 줄이는 시도를 할 것이다. 미국은 적자 비중이 높은 신발, 방직 원료 및 제품 등의 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 플라스틱, 철강, 기계설비, 가전제품처럼 미중 간 시장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품목들에 대해서는 반덤핑관세 부과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수입 품목 전반에 걸친 일률적 관세율 인상은 양국 간 교역의 높은 보완성으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 감축 효과가 크지 않고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시행 가능성이 낮다.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의 관세(현재 평균관세율은 약 3%)가 일률적으로 45%(트럼프가 후보 시절에 주장했던 수치)로 인상될 경우, 중국의 총수출은 6.5% 감소하고 중국 GDP는 약 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위안화의 인위적 절상은 미국 시장에서 두 나라 제품의 가격경쟁력에 일률적 관세율 제고와 동일한 영향을 미쳐 미국 무역적자 감축에 비슷한 효과를 낳는 수단이다. 트럼프는 취임 초까지만 해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중국이 지정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아 아직까진 엄포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내수 비중을 높이고 대외수지를 균형으로 갖고 가는 성장모델 전환과 함께 환율결정을 시장의 힘에 맡기는 외환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정책방향이 유지된다면 환율조작국 지정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설사 지정을 하더라도 미국의 소비지출 행태에 변화가 없는 한 무역적자 감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트럼프가 내치(內治)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여론 달래기용으로 예고 없이 꺼내들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 협상용 카드로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하겠다.

한편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는 중국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과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앞으로 상당기간 중국에서 해외로의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져 위안화는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달러 강세와 이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를 막기 위해 위안화 절상을 압박할 경우 중국 정부의 자국통화 평가절상을 위한 개입과 시장의 위안화 약세 베팅 간의 힘겨루기에 따라 위안화 가치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중국 정부가 외환시장 통제에 실패하는 최악의 경우에는 자본유출이 급증하면서 위안화 환율제도가 변동환율제로 급격하게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의 스타일과 중국의 무역 관행을 고려할 때, 관세나 환율 조정보다 우선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것이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규정한 ‘301조’12 발동이다. 301조는 WTO 규정에 저촉되어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이지만, 사실상 대통령 재량으로 언제든지 부활시킬 수 있는 카드다. 또한 객관적 증거 없이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고, 보복의 범위나 방식도 폭넓고 다양하게 규정되어 있어, 위협 및 압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미국은 확실한 덤핑이나 환율 조작의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하더라도 지식재산권 침해, 외자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등 중국에 만연한 ‘불공정 무역관행’을 이유로 301조를 발동함으로써 중국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내어 통상압력을 강화하거나 징벌적 관세 부과, 위안화 절상 요구 등 각종 보복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 ‘301조’가 발동될 경우 중국의 ICT 산업과 첨단 신기술 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보호주의 조치들로 인해 중국의 대미수출이 감소하면 중국 기업들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덩달아 순망치한의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은 어부지리로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의 보호주의 조치들로 인해 교역을 통한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악화되면서 미국 내 생산 여부가 글로벌기업들의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중국이 외국인 투자에 대해 갈수록 냉랭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미국은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등 외국기업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런 고민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이익률을 높여주는 법인세 감세, 물류비용을 떨어뜨리는 적극적인 인프라 개선 투자, 석유화학과 그 전방산업의 원료나 중간품 가격을 떨어뜨릴 세일혁명, 제조비용 인하를 가져올 스마트 제조의 확산 등이 제조기지로서 미국의 매력도를 제고시킬 것이다. 석유화학과 그 연관산업, 스마트 제조 방식이 쉽게 적용될 수 있는 소비재산업 등에서 중국에서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기업들이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 양국간 투자

현재 미중간 상호투자는 부진한 편이다. 2014년 미국의 해외직접투자(ODI) 총액 중 대중 투자의 비중은 2%, 중국의 ODI 중 대미 투자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그나마 중국의 대미 투자는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의 대중 투자는 정체된 모습이다. 상호간 투자를 늘리기 위해 두 나라는 2008년 양국간투자협정(BIT) 협상에 착수하여 지금까지 20여차례 협상
을 벌여왔으나, 아직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다 BIT 합의를 대내개혁 추진의 촉매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협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으나, 막상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높은 수준의 개방 요구에 부딪혀 시장 방어에 급급해하는 양상이다.안보를 이유로 한 중국기업 인수에 대한 자의적 불허 중
단 등 진입장벽을 낮춰주고, 현지법인 설립 전 비자 발급이나 임시 사무실 설립 허용 등 투자 절차를 간소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투자 허가의 전제조건으로 합작 부품회사 설립을 강요하거나, 최종재 조립 기업들에게 일정비율로 로컬 부품을 반드시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등의 현지화 정책들을 문제 삼고 있으며, 악명 높은 관행인 외국기업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공공연한 침해를 근절해줄 것을 중국 측에 강력히 요구한다. 이밖에 국유기업들에 특혜성 지원을 중단할 것과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해소할 것을 요청하고, 이런 요구가 수용되기 전에는 중국 국유기업들에 대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소송 권리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01조’ 발동(위협)은 이러한 요구사항들을 관철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협상에서 중국 측이 네거티브 리스트를 줄이는 등 성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중 BIT가 조기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미국 기업들의 대중 투자가 늘 경우 미국 일자리가 중국으로 이전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해 트럼프 정부가 BIT 협상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낮은 수준의 BIT는 환영하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BIT에는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BIT 협상이 조기에 타결될 수 있을지 여부는 중국 측이 얼마나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실마리는 미국의 추가투자 의향 및 여지가 크고 중국이 경제 구조 전환 차원에서 적극 육성하고자 하는 서비스업 영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중국이 ‘메기 효과’에 기대를 걸고 서비스업 진입장벽을 대폭 완화해주는 대신, 미국이 중국 측의 희망사항을 들어주는14 주고받기가 이뤄진다면 가능성이 있다.

미중 간 BIT 협상은 올해 중 개시될 예정인15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에 준거가 될 수 있다. 대중 투자에 있어 미국과 한국의 관심사와 요구가 다른 만큼 미중간 BIT 관련 협상 내용은 2014년 발효된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이나 1992년 체결된 한중 투자보장협정을 보완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데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경쟁력이 약한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서비스 교역이나 투자의 개방 폭을 넓힐 의지를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통신, 소프트웨어 등 지금까지 사실상 닫혀있던 고부가가치 서비스시장 개방이 가져올 수 있는 시장 기회를 적극 탐색할 필요가 있다.

(3) 아시아 지역 패권

트럼프 재임 시기와 대부분이 겹치는 시진핑 2기는 2000년대들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 노력이 가장 두드러진 시기가 될 전망이다. 시진핑의 전임인 후진타오는 미국에 대한 도전 의사가 크지 않았다. 후진타오 임기 초기에 잠깐 중국 내부에서 대외정책 콘셉트로 ‘화평굴기(평화적 부상)’에 대한 논의가 잠시 벌어졌으나, 외부의 견제와 내부의 우려를 의식해 ‘화평발전(평화적 발전)’으로 신속히 대체되었다.
시진핑은 오바마의 아시아 중심축 전략에 맞서 ‘신형 대국관계’를 제안했다. 미국에 대해 ‘너희와 맞서지 않겠으니, 우릴 강대국으로 대우해달라’는 것으로, 후진타오 시기에 비해서는 대외확장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단적으로 시진핑은 영토분쟁 지역에 대해 ‘주권중국, 논쟁보류, 공동개발’을 원칙으로 접근하여 ‘주권 보류, 공동개발’을 원칙으로 한 후진타오보다 한층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24] 시진핑은 2기에도 트럼프의 신고립주의와 정반대로 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주도적 대응 자세를 견지하면서 미국이 남긴 공백을 조심스럽게 메워가는 방식으로 대외영향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2기에 중국의 지역패권 확보 노력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에상된다. 첫째, 안보적 고려와 경제적 고려가 한 덩어리로 결합되어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적극 추진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대상 국가들은 중국의 ‘핵심이익’이 걸려있는 중요한 지역들이다. 단적으로, 중국이 수입하는 전체 원유의 66%, 천연가스의 86%가 이들 국가에서 생
산된다. 중국은 그 중에서도 태평양 및 인도양의 미국 해군력의 영향권을 최대한 빗겨갈 수 있는 파키스탄과 미얀마와의 협력을 중시한다. 미얀마의 인도양 항구로부터 중국의 쿤밍 시를 잇는 구간의 원유16 및 가스 운송망이 올 4월 가동에 들어갔고, 파키스탄 과다르 항에서 중국의 신장 미국 측은 중국 정부에 네거티브 리스트 대폭 축소, 국가성 카스로 이어지는 송유관, 도로, 철도망 건설이 올 3월 착수되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도로, 철도, 발전소 등 인프라(중국 해외수주액의 52%)과 국제협력공단(56곳, 1082개 업체 입주) 건설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
프로젝트 참여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 기업들이며, ABB, 알스톰 등 일부 외국기업들이 중국 기업 주도의 콘소시엄에 하위 파트너(부품, 소재)로 참여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RCEP, FTAAP 등 다자간 경제협력 틀 마련에도 공을 들일 것이다. RCEP은 ASEAN 10개국과 이들 국가와 개별적으로 FTA를 체결한 6개국을 대상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ASEAN 중심으로 추진되어온 것으로, 대상국들 간에 발전 격차가 상당히 커 성사되더라도 낮은 수준의 자유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FTAAP는 미국의 TPP 추진에 대항해 ‘TPP와 RCEP을 묶자’는 취지로 중국이 제안한 것으로, 콘셉트상 RCEP보다 먼저 체결되기 어렵다. 둘 다 경제적인 임팩트가 그리 크지 않은데도 중국이 적극 지지하고 있는데, 미국의 TPP 탈퇴에 따른 리더십 공백을 채워가면서 ASEAN 국가들과의 지경학적 유대를 강화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ASEAN 국가들은 일대일로와 RCEP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되는 지역으로, 경제성장 잠재력이 뛰어난데다 영토분쟁 상대국들을 포함하고 있어 중국이 전략적으로 중시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 친중국 성향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과 ASEAN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결합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셋째,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않겠지만 중국이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는 것은 영토분쟁지역에 대한 지배력 강화다. 중국은 겉으로는 분쟁지역 자원 공동개발 등 평화적 제스처로 분쟁 해결을 주도하면서 은밀하게 군사적 확장을 계속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갈등이 표면화되면 경제적•외교적 실리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강경한 대응을 통해 이미 이루어진 군사력 확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방식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점진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의 확장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제스처를 취하겠지만, -트럼프의 스타일로 봐서는- 영토분쟁 관련 갈등이 군사적인 충돌로 가기보다는 미국의 경제적 실익 확보의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4) 북핵 문제

미국은 ‘핵 없는 북한’을 동아시아 전략(중국 견제)의 실행조건으로서 필요로 한다. 중국은 ‘(핵 없는) 북한’의 존재가 미국과의 완충지대로서 필요한 입장이다. 북한은 체제유지를 보장받기 위해 기필코 미국을 공격 범위에 넣을 수 있는 핵무기(핵+ICBM)를 개발하고자 한다. 자기네 헌법에서 선언한대로 ‘핵 보유국’의 자격으로 미국과의 일대일 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일괄타결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제, 특히 북한에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유일하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인 중국의 강력한 압박을 통한 해결 방식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국가’나 ‘체제’는 물론 현재의 ‘정권’을 존속시키는 한도내에서의 압박을 통해 북한을 다자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핵 무장을 한 북한’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주변국들의 외교안보 전략에 심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각국의 타산과 전략적 스탠스는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의 자신감과 발언권이 커지면서 미중 간 오월동주 식의 대북한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주변국들이 모두 반대한다)이나 북한과의 일대일 교섭(북한의 완승이자 미국의 완패와 다름없는 결과다) 같은 극단적 해법을 취하지 않는 한 북핵 문제는 일련의 제재와 압박 과정을 거쳐 다자간 협상의 장이 열리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아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역시 북핵 문제가 동북아 안보 환경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급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름의 불가결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핵 무장은 동북아 핵 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중국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고, 이 점이 중국의 역할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북한을 협상장으로 유도하고 양측의 이견을 조율해 가는 중재자(moderator), 나아가 협상 타결 후에는 북미 양측에 대해 합의사항의 이행 가능성을 높이는 신뢰 보강자 역할(예를 들어, 북한의 합의 위배 시 미국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에 협조, 북한의 순조로운 합의 이행 시 북한 경제개발 지원 주도 등)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 LG경제연구소



미중 국력 격차 축소, 향후 5년간 변곡점

 전체뉴스목록으로

[경제] 한국 기업 수익성,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
[경제] 불확실성 걷히기 시작한 인도 경제
[경제] 한미간 금리역전, 한국경제 성장성 제고로 해결해야
[경제] 디지털 혁신이 전통 소재 산업을 바꾼다
[경제] 한국 기업 부채상환능력 문제 없나
[경제] 세계 석유기업의 화학사업 투자 확대
[정보통신] 5G 서비스가 넘어야 할 과제들

 

[정보통신] 2018 주요 디지털 기술•산업 이슈
[경제] 우리나라 잃어버린 세대 등장의 의미
[정보통신] 딥러닝 기반의 자율주행 혁신의 시작
[정보통신] 인공지능 개발 트렌드와 진화 방향
[경제] 향후 5년 미중관계 변화와 영향
[경제] 외환리스크 변화에 따른 외환정책 방향
[경제] 알고리즘의 경제, 디지털 카르텔화 가능

 


010라인
3주간 집밥 먹기에 도전하는 ‘#7린지 이벤트’

 

회사소개 | 인재채용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책임한계와 법적고지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고객센터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등록 : 서울 자00447, 등록일자 : 2013.12.23., 뉴스배열 및 청소년보호의 책임 : CEO 이상복

주소 : 서울 구로구 가마산로 27길 60, 1-37호 전화 050 2222 0002, 팩스 050 2222 0111, 기사제보 이메일 news@newsji.com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