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onsumer Reports가 선정한 2013년 자동차 우수 브랜드의 성적표를 일본 브랜드들이 석권했다. Top10 중 8자리를 일본 브랜드가 차지했을 뿐 아니라, 1위부터 7위까지를 독차지했다. 한국과 유럽 브랜드들은 중위권에 그쳤으며 미국 브랜드들은 하위권으로 몰리며 자존심을 구겼다. 한국차 중에서는 기아차가 11위로 14위의 현대차를 앞섰다.

미국 소비자 연맹의 Consumer Reports가 도로 주행 테스트(Road test)와 1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신뢰성 조사(Reliability Surveys) 결과를 합산하여 ‘2013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를 발표했다. 브랜드별 비교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조사된 모델이 적어도 3개 이상 있어야 하며, 이러한 기준에 미달한 Jaguar, Land Rover, Ram, Fiat, Porsche, Mitsubishi, Smart 등은 제외되었다. 또한 자동차 제조사별로 평가하던 작년까지의 방식과 달리 올해는 자동차 브랜드별로 순위를 매겼다.

종합점수에서 영예의 1위는 79점(100점 만점)을 받은 Lexus였다. 그 뒤를 Subaru와 Mazda(각각 76점)가 이었으며, Toyota와 Acura(각각 74점), Honda와 Scion(각각 72점)의 순으로 일본 브랜드가 1위부터 7위까지를 싹쓸이했다. 이에 더해 Infiniti도 70점으로 Top10에 들어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우수성을 과시했다.

Audi(공동 8위)와 Mercedes-Benz(10위)는 간신히 Top10의 끝자리를 차지해 유럽산 프리미엄 브랜드의 체면을 세웠다. 이외에 BMW(12위)와 Volkswagen(16위)이 중위권에 들어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독일 브랜드도 일본 브랜드에 밀리는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차 중에서는 64점을 받은 기아차가 11위, 63점을 받은 현대차가 14위로 독일차와 함께 중위권을 형성했다. 현대차는 도로주행 테스트에서 77점으로 기아차(73점)를 앞섰지만, 소비자가 자신의 차에서 경험한 문제점 수를 바탕으로 예측한 신뢰성 조사 점수에서는 밀렸다. 현대차는 최근 J.D.파워에서 발표한 VDS(Vehicle Dependability Study: 내구품질조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기아차보다 낮은 성적을 받은 이후(해외조사 분석기사 13-1호, ‘美 자동차 내구품질, 일본차의 승리’) 다시 한 번 기아차에 우위를 내주며, 이미 마케팅인사이트에 의해서 제기된 품질에서의 역전 가능성(자동차 리포트 12-39호, ‘현대기아차 ‘초기품질’, 문제 없나?’)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추정케 한다. 오는 6월 나오게 될 J.D.파워의 IQS(Initial Quality Study: 초기품질조사) 결과는 현대-기아차의 품질 우열을 재정립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다음 IQS에서도 기아차에 뒤진다면 현대차는 겸허히 기아차의 우위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미국 브랜드는 GM의 Cadillac이 거둔 14위가 최고 성적이었으며, GM(General Motors)이 17위, Chrysler와 Ford가 각각 22위, 23위를 차지하는 등 부진했다. 20위권 밖의 최하위 모두를 미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산 자동차의 미국 시장에서의 품질 경쟁력은 중위권 또는 하위권에 속한다. 최근의 조사결과만 봐도 현대-기아차는 J.D.파워의 ‘2012년 초기품질조사(IQS)’에서 중위권, ‘2013년 내구품질조사(VDS)’에서 하위권, 그리고 컨슈머리포트의 ‘2013년 자동차 브랜드 평가’에서 중위권의 성적에 머물렀다.

국내에서도 지난 11년간 마케팅인사이트가 조사한 초기품질과 내구품질 조사결과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수입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차에 대한 품질 열세는 현격하다(자동차 리포트 13-11호, ‘국산차 품질은 과대평가, 일본차는 과소평가’).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일본차의 품질 우위는 확고하다. 그러나 한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은 독일만이 한국을 앞서 있고 일본은 이미 한국만 못하다고 보고 있다(자동차 리포트 13-6호, ‘자동차 최강국은 독일, 그 다음은?’). 한국 소비자들은 무섭고 위험한 착각 속에 빠져 있다. 한국 제조사들은 그렇지 않기를 빌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