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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세계 석유기업의 화학사업 투자 확대

화학사업, 석유 수요 둔화 보완할 현실적 대안
뉴스일자: 2018-04-30

최근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아람코, 엑손모빌 등 글로벌 최대 에너지기업들이 각국 화학설비 투자 및 M&A에 공격적으로 참여하고, 국내에서도 GS칼텍스와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석유기업들이 화학사업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석유기업에게 화학사업은 옵션과도 같은 사업이다. 일반적인 석유기업의 사업영역은 석유탐사/개발(Upstream) – 보관/수송(Midstream) – 정유(Downstream) 및 마케팅(석유제품 도소매 판매)」이 중심이다. 이중 산유국 석유기업들은 석유탐사/개발 사업 중심구조로 화학사업이 없거나 효율성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최소한으로 참여해 왔고, 석유메이저들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일부 화학사업을 부분적으로 운영해 왔다. 즉 과거 석유기업에게 화학사업은 다각화 차원에서 참여할 수는 있지만, 크게 매력적이고 주목할만한 사업은 아니었다. 특히 고유가 시대가 본격화된 2000년대 이후 석유기업들의 주 관심이 화석연료의 탐사 및 자산확보에 집중되면서, 석유 메이저들을 중심으로 화학 사업을 매각•분리하는 추세가 주류를 이루기도 했다. 이때 BP와 Shell, Total 등 기업이 화학사업 전체 또는 상당부분을 분리 및 매각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석유 메이저 및 신흥국 석유기업들의 전략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다수의 개도국 석유기업들이 신규 정유설비를 건설할 때 화학설비 수직계열화(Integration)를 적극 고려하고, 석유 메이저들이 다시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산유국 국영 석유기업들 중 다수가 석유화학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면서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하거나 지분 참여에 나서고 있다.

본 고에서는 석유기업들이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석유화학에 투자하고 있는지, 그리고 투자 전략은 어떤 방향인지 사례와 함께 분석하고, 장기적으로 한국 석유화학기업의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과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1. 석유기업의 화학사업 참여 형태

과거 석유기업들이 화학사업에 참여해온 형태는 전략 및 사업구조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는 정유 중심형으로, 석유개발 및 정유사업만 있던지 최소한의 아로마틱(BTX) 사업까지만 보유하는 형태이다.

중동과 러시아, 남미와 북미 등 대부분 산유국 석유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하고, 서유럽/일본의 석유기업들도 다수 포함된다. 생산설비의 경우에도 아시아 외 정유설비 중 70% 이상이 정유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이들 기업에게 화학사업 매출 비중은 5% 미만 수준이다.

두번째는 화학사업 부분 참여형이다. 이러한 형태의 기업들은 화학사업에 부분적으로 참여하지만 다각화 차원의 참여로, 기업의 주요 전략이나 투자의 중심축으로까지 언급하지는 않는다. 이 기업들은 주로 합성섬유의 기초원료인 PX사업에 참여하거나 크래커-범용폴리머 사업에 참여하는데, 화학사업 매출 비중이 10% 전후 수준이다.
대표적으로는 화학사업을 부분적으로 운영하는 BP, Total, Shell 등 석유 메이저들과, 한국과 동남아, 인도 기업들 다수가 포함된다.

세번째는 화학사업 수직계열화형으로, 석유사업과 화학사업을 각각 중요한 전략 사업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화학사업 원료를 대부분 내부에서 소비하는데 경질나프타는 나프타 크래커로, 중질나프타는 아로마틱-PX 설비로 보내는 등의 흐름이다. 석유기업들 중 사례가 많지는 않은데, 한국의 SK그룹과 대만 포모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정유 설비 기준으로는 동아시아 설비에서만 10∼20%가 해당하고, 기타 지역에서는 이러한 설비구조가 매우 드물다.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 참여 형태를 보면 2010년대 초반까지는 대부분 석유기업들이 화학사업에 관심이 없거나, 제한적 관심을 갖는 정도였다. 제한적 관심을 갖는 경우는 아시아에 위치해 있으면서 중국 및 동남아 석유화학제품의 수요 고성장 시기에 사업을 키우려는 기업이거나, 중동에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기업 정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상당수 지역의 주요 석유기업들이 화학사업에 적극적 관심을 가지면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 석유기업의 화학사업 투자 확대 배경

석유기업들이 석유 외 사업으로 투자를 강화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기존 주요 투자처이던 자원 탐사/생산(Exploration & Production, 이하 E&P) 사업의 투자 매력이 하락하고,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자원의 E&P 투자가 전사투자의 70% 이상을 점유하던 상황에서, 2014년 유가 급락 이후 상황이 반전되었다.
Upstream 사업 수익이 급락 했고, 생산원가가 배럴당 60∼70불을 상회하는 비전통 석유(심해유전, 오일샌드 등) 개발은 더 이상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사업규모 유지 및 성장을 위해서는 E&P 투자를 대체할 새로운 투자처 발굴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석유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고유가(배럴당 100불 이상) 시대에 대한 기대가 점차 약해지고, 석유 ‘수요 피크’시기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 되는 등 석유사업에 대한 장기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사업의 환경변화에 따른 석유 기업의 대응 방안은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집약된다. 하나는 에너지인프라(PNG, LNG 등)나 발전,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인근 영역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고, 또하나는 석유화학 및 고기능화학소재 등 화학산업에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선택지는 다르겠지만, 근래에는 중동,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주요 신흥국 석유기업들이 주도하는 화학사업 육성 전략이 좀더 부각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화학사업, 석유 수요 둔화를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

글로벌 석유 수요는 ’60∼’70년대 연평균 4∼8%의 고성장을 기록했으나, ’80년대 이후에는 2% 전후, 2010년 이후에는 1∼1.5% 수준의 성장세로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다. 이는 발전 및 산업 연료용에서 원가가 낮은 석탄과 원자력에 밀리고, 난방용에서는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고 사용이 용이한 천연가스 및 전기에 밀리면서, 수요가 감소하는 것에 기인한다. 그나마 수송용 및 석유화학 원료용 수요만 양호한 성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수송기기의 연비개선 및 전기차 보급 증대로 승용차와 일부 화물차용 석유수요도 장기적으로는 정체 또는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5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이후 전세계 주요국 정부 및 글로벌 자동차기업의 전기차 보급 확대 계획들이 꾸준히 발표되면서, 수송용 석유 수요도 2030년을 전후하여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016년 기준 육상수송용(Road transport) 수요는 전체 석유 수요의 44%를 점유하
는데, 이중 승용차용 수요는 향후 10∼15년 내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외에도 발전용 및 빌딩용 수요는 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30년 이후 석유수요 는 분석 기관에 따라 정체 또는 감소세 전환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반면 석유화학 원료용 수요는 향후에도 양호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석유화학 원료용 수요는 선진국 시장에서는 성장이 둔화되지만, 개도국에서는 중산층의 소비 증가와 천연소재 대체가 지속되면서 중장기적으로 GDP 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석유화학 원료용 석유 수요가 전체 석유 수요 성장(net growth)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보급 및 글로벌 환경규제가 예상보다 더욱 강해질 경우에는, 모든 석유제품의 수요가 감소하고 화학 원료 수요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1도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전문 기관들의 발표는 석유기업들이 석유사업 리스크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기존 사업 및 설비와 연관성이 높은 화학사업을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인식하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화학사업의 양호한 수익성 및 상대적 안정성

최근 수년간 석유기업 화학사업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안정적이었던 점도 석유화학 투자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물론 석유화학산업 전반의 수익이 양호하고 안정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석유기업의 타 사업과 비교해 보면, 에너지 가격에 100% 노출된 석유•가스 탐사/생산 사업 보다는 안정성이 높고, 석유정제 사업보다는 평균 수익성이 높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은 범용 석유화학 중에서 기초유분(올레핀2 및 BTX 제품)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대규모 투자비와 에너지가격의 심한 불안정성, 중국정부의 투자 제한 등으로 글로벌 과잉설비 수준이 높지 않은 제품들이다. 이 제품들의 중국 자급률은 파라자일렌(PX) 63%, 폴리에틸렌(PE) 58%, 폴리프로필렌(PP) 80% 수준으로, 중국 민간기업들이 대거 들어와 과잉설비가 만들어진 다른 범용 화학제품에 비해서 수익성이 양호한 사업이기도 하다.

3. 석유기업의 화학사업 육성 전략 방향 및 사례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 육성 전략은 출신 국가 및 지역에 따라 구분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출신 지역별로 석유사업이 보유한 자원 및 사업구조가 유사하고, 국가별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아 사업 추진 방식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최근 석유기업들이 추진하는 화학사업 육성 전략 및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유형1> 석유+화학 통합 육성 (Full Integration) – 중국/인도의 석유기업

중국과 인도에는 처음부터 석유와 석유화학 사업을 연계시킨 기업들이 다수 존재하고, 최근 두 사업의 수직계열화 및 통합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우선 중국은 초기부터 SINOPEC과 Petrochina, CNOOC의 세 국영기업이 석유 및 석유화학산업 육성을 주도했다. 정부의 석유수입 자격제한으로 상기 세 기업을 제외한 민간•외국인 기업들은 석유화학 기초원료 사업에 메이저 지분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석유 및 석유화학 기반사업이 처음부터 국영기업에 의해 통합 육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5년 중국 정부의 석유수입 규제완화 이후에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다수의 민간기업들이 정유사업 진출을 추진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정유설비에 PX 및 나프타크래커(NCC) 설비를 추가하는 Full Integration 방식의 정유화학 복합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정유설비를 가동하는 Hengli와 Zhejiang, Shenghong 등 기업들은 섬유에서 출발하여 역수직계열화(Backward Integration)로 정유까지 진출하는 경우로, 화학제품 비중이 40%에 이르는 통합 정유화학단지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에는 과거 석유기업들의 석유화학 진출이 활발하지 않았으나, 2010년 인도석유공사 IOCL의 연산 80만톤 NCC 설비 가동을 시작으로 ONGC(인도석유천연가스공사), GAIL(인도가스공사) 등 다수의 기업들이 석유화학 수직계열화 단지를 구축했다. 현재도 HMEL(HPCL-Mittal Energy)과 GAIL/HPCL이 추진하는 정유설비에 연계된 대규모 화학단지 건설이 진행중이다. Indian Oil/Bharat/Hindustan 석유기업 컨소시엄은 440억 달러를 공통 투자하는 석유-화학 복합단지 건설계획을 발표했는데, 최근 Aramco와 지분 참여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향후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석유-화학 통합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유형2> 제품 및 지역 다각화 (Diversification) - 중동, 러시아 산유국 석유기업

산유국 석유기업들은 주로 가스 기반에서 석유 기반 화학사업으로 원료 및 사업 영역을 다각화시키면서 다운스트림 사업을 키우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도 추구해온 전략이지만, 최근의 다운스트림 확장은 전략의 목적, 범위,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과거에는 ‘석유제품의 고부가화’로 정유와 연계된 화학사업(BTX 제품)을 부분적으로 전개했다면, 최근에는 ‘시장 기회가 있는 석유화학 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 범위도 기초원료 중심에서 플라스틱과 섬유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되었고, 지역도 자국 중심에서 글로벌로 넓어졌으며, 투자 규모도 조
단위로 커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쿠웨이트 국영석유기업 KPC(Kuwait Petroleum Corp.)와 러시아 민간 석유기업 Rosneft 등 기업을 꼽을 수 있다. KPC는 자국에서 정유-화학 설비 투자를 지속하면서, 글로벌 사업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기업 중 하나이다. 자국에서는 약 75억 달러를 투자해서 65만톤 규모 PDH3와 94만톤 PP, 140만톤의 PX 설비 등을 건설(’22년 완공)하고 있다. 바레인에서도 현지 국영기업과 JV로 140만톤의 PX 설비를 건설(’21년 완공)하고 있다. 또 ’16년 한국 SK가스가 건설하는 PDH 사업지분 25%를 인수 했으며, 같은 해 캐나다에 Pembina Pipeline과 5:5 JV로 PDH-폴리프로필렌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 에틸렌글리콜(EG) 신규 투자계획도 조만간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전세계에서 프로필렌과 PX 중심으로 JV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것이다.

KPC의 모하메드 후세인 사장(Equate 대표)은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에서 중동 석유기업들은 석유 자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좀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석유화학 사업은 마케팅과 기술력이 있는 최적의 파트너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유형3> 원가우위 원료기반 확장 (Access to Advantaged Feedstocks) - Total, Shell 등 구미 전통 석유 메이저

다수의 석유 메이저들은 석유화학산업 초창기부터 사업에 참여했으나, 2000년대 이후 자산의 상당부분을 매각해서 석유화학 시장 지위가 그리 높지 않다. 더욱이 중동, 중국 등 후발기업들이 이미 성장한 상황에서 다시 후발기업과 비슷한 방식으로 화학사업 전략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원가우위를 가질 수 있는 지역이거나, 석유사업 리스크 경감 차원에서 가스기반 화학사업에 적극 참여해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 기업으로 Total과 Shell 등을 꼽을 수 있다. Total의 경우 비주력인 스페샬티 화학사업에서 대부분 철수하고 범용품인 기초유분과 폴리올레핀 사업 중심으로 운영하는데, 최근 원가우위가 있는 범용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 카타르에서는 에탄/LPG를 중심으로 신규 크래커설비를 건설하고, 한국과 유럽의 나프타크래커는 LPG, 컨덴세이트(한국), 수입에탄 및 off-gas(유럽) 등 원료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설비개조 및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이란과 알제리에서는 각국 정부와 MOU를 체결하고 에탄크래커 투자경제성을 검토 중에 있다. 원가우위를 통한 안정적 수익을 실현할 다양한 방법을 탐색하면서, 범용 석유화학사업에서 다시 성장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형4> 화학사업 전면 확장 (from Commodity to Specialty) – Aramco, ExxonMobil

최근 일부 석유기업들은 본업과 연관성이 높은 범용 사업뿐만 아니라, 스페샬티 사업까지 전면적인 화학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략적 선택에 따라 화학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예외적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 기업으로 ExxonMobil과 Aramco를 꼽을 수 있다.

ExxonMobil은 석유 메이저 중에서는 드물게 에너지 자원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2000년대 이후에도 석유화학 사업의 설비와 기술 역량을 축소시키지 않고 확장을 지속해왔다. 특히 범용사업은 원료 우위 및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메탈로센 폴리머 및 스페샬티 엘라스토머 등 영역에서 기술력 기반의 우월한 시장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ExxonMobil의 화학사업 규모는 글로벌 화학기업 매출 기준 Top 6(’16 기준)에 해당하고, 자체 분석에서 최근 10년간 화학사업의 ROCE(투입자본비용수익률)가 석유 메이저 중 가장 높은 평균 20% 수준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ExxonMobil의 확장은 크게 세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번째는 북미지역의 저가원료 기반 에탄크래커 확장이다. 대규모 기능성제품(메탈로센 폴리에틸렌 및 EPDM) 설비 확장과 함께, 2018년 상반기 에틸렌 150만톤 설비 완공에 이어 SABIC과 JV로 에틸렌 180만톤의 대형 크래커 투자를 추진(’22년 완공)하고 있다. 두번째는 싱가포르에 구축한 대형 석유화학 단지의 확장이다. ExxonMobil의 싱가포르 단지는 Oil-to-Chemical4의 시초로 꼽힌다. 올레핀 생산을 위한 원료로 에탄, 납사, 정유설비 부생가스 등 가용한 원료를 상황에 따라 조절해서 높은 원가 경쟁력과 다양한 고부가 화학제품의 원료를 공급하는 강점을 보유한다고 알려져 있다. 세번째는 글로벌 1등 시장지위를 유지하는 스페샬티 제품의 확장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특수고무(부틸러버5)와 점접착용 특수수지(석유수지)를 증설한 바 있다.

한편 Aramco는 ExxonMobil 보다 전면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방식에서 대형 석유화학단지의 설비투자, 건설 중인 프로젝트의 지분 인수, 스페샬티 화학 기업 인수 등 다양한 방식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Aramco의 석유화학 투자는 크게 세가지 특징이 있다. 첫번째는 정유-화학 단지 연계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원유에서 출발하여 정유-화학 연계단지를 구축하는데, 특히 기능성 화학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능성 화학사업 최대화가 원유의 부가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효과적 방법이고, 고급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면서, 플라스틱 가공업 등 다양한 경공업을 육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발표한다. 두번째는 대다수가 JV 투자라는 것이다. JV 투자가 많은 이유는 경험이 부족한 화학사업에서 파트너의 도움이 필요하고, 글로벌 투자의 경우 이미 진행중인 프로젝트 지분 참여나 현지 정부와의 JV 투자가 진행이 빠르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투자 사업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이다. 투자 추진대상이 석유화학을 넘어 바이오플라스틱, 무기화학(실리콘), 신재생에너지(태양광), 가공제품(타이어 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 통합을 위한 혁신기술 개발 (New Oil-to-Chemical)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 진출은 비단 대형 설비투자에만 머무르지 않고, 혁신 공정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석유와 화학의 통합사업은 ‘정유설비에서 생산된 제품 중 얼마나 많은 양의 석유제품을 화학 원료로 투입할 것인가의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기초 설비 디자인에서부터 정유와 화학 설비를 통합시켜 화학제품 수율을 극대화’시키는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정유-화학 통합설비에서 화학제품 수율을 최대로 높인 수준은 40%대였는데, 최근 개발되고 있는 혁신공정에서는 화학제품 수율이 70% 이상으로 높아진다. 이러한 설비는 원유를 직접 투입하는 석유화학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진정한 의미의 혁신공정 기반 ‘Oil-to-Chemical’이 실현되는 컨셉이다.

Oil-to-Chemical 혁신공정은 다수의 석유기업들이 전문 엔지니어링회사와 함께 공정개발을 진행 중인데, Aramco가 개발한 ‘Thermal Crude to Chemicals(TC2C)’ 공정이 상용화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ramco는 수년간의 공정개발 연구를 통해 TC2C 공정을 완성했는데, 이 공정은 정제설비의 기초공정 CDU6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전환공정(Conversion Process)을 통해 화학제품 원료를 직접,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Aramco는 기초공정 설계를 완성하고, 금년 1월 석유공정 라이센스 전문기업 CB&I 및 Chevron Lummus Global(CLG)과 함께 상업공장 규모로 키우는 기술협력개발계약(Joint Development Agreement)을 체결했다. 이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CB&I가 보유한 에틸렌 크래커 기술과 CLG가 보유한 석유 수첨 공정기술이 Aramco의 TC2C 기초 공정과 결합되어 새로운 개념의 Oil-to-Chemical 공정이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Oil-to-Chemical 혁신 공정은 기초 설계가 어느정도 완성되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는 상용화 규모로 대형화 및 최적화 시키는 과정만 남아있다. 이후에는 실제 상업공장을 얼마나 경제성 있게 건설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설비 구성을 봤을 때 계열 제품을 포함한 통합단지 투자비는 1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석유화학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큰 금액이지만 석유 메이저나 산유국 석유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추진해볼 만한 투자 규모로 인식될 수도 있다.

Oil-to-Chemical 혁신공정의 상업공장이 건설되는 시점은 2025년 이후에야 가능하고 실제로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도 투자비 부담으로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하나의 설비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제품 규모를 감안한다면 그 영향력을 과소평가 할 수 없는 변화라고 판단된다.

4. 한국 석유화학 산업에 미치는 영향

석유기업이 석유화학사업에 진입하고 확장하는 것은 타당성 있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석유화학 사업이 매력적이고, 제품 연관성도 있으며, 장기 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의 장기 수요 관점에서 화학제품을 석유제품과 비교할 때에는 더욱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기존 석유화학기업에게는 경쟁이나 원료 소싱 관점에서 부정적 영향이 우세하다.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신규 진입자가 증가하고, 대규모 투자를 적극 추진하는 기업군이 부상하면서 경쟁이 가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원료나 자본, 기술 등 주요 경쟁 요소에서 한두가지 이상의 탁월한 강점을 보유한 기업이기 때문에 더욱 위협적이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석유화학 투자 확대가 한국 석유화학 기업에 미치는 위협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세계 각지의 경쟁적인 투자 과열로 장기(2021년 이후)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다는 것이다. 최근 십여년간 석유화학 투자는 특정 지역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2000년대에는 중동과 중국, 2010년 이후에는 미국의 투자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정지역에서 주도하는 투자는 그 규모에 한계가 존재하고 타지역 투자를 위축시키는 효과도 있어, 석유화학 기초원료 사업은 최근 10여년간 우호적 경기변동성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석유기업 주도의 2차 셰일기반 투자붐이 나타나는 가운데, 중국과 인도, 동남아, 중동 각지에서도 정유-화학 통합설비 투자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중 어느 정도가 현실화 될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과거 특정지역 주도 분위기보다는 다양한 제품영역에서 대규모 투자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두번째는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시장 지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 석유화학기업들이 주로 영위하는 범용석유화학제품에서는 원가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이다. 한국 석유화학기업의 원가경쟁력은 현재와 같은 유가(배럴당 40∼70달러) 수준에서 중동이나 북미 가스(에탄, LPG) 기반 설비 보다는 열위지만, 같은 원료(나프타)를 투입하는 일본 및 서유럽의 구설비 보다는 우위에 있다. 그런데 정유-화학 통합 혼합원료7 설비는 나프타 기반 설비보다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 나프타를 시장가격으로 사내 이체하더라도, 다양한 정유 부산물들을 시황에 따라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석유기업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북미 에탄 기반이거나, 처음부터 계획된 정유-화학 연계 프로젝트임을 감안한다면 이들 설비는 한국과 같은 전통 나프타 설비 보다는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번째는 한국 석유화학기업의 안정적인 원료 구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석유화학기업들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의 경우 ‘16년 기준 4,268억배럴 수요에 수입이 2,022억 배럴로, 수입의존도가 46%에 달한다. 한국 석유화학기업들이 수입하는 나프타의 경우 중동과 인도산 비중이 높고 유럽산도 상당부분 있는데, 매해 석유화학 크래커의 신증설이 진행되고 있어 수입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반해 신규로 건설되는 중국과 중동의 정유설비는 대부분 석유화학 설비를 함께 건설해서 신규 나프타 공급은 제한적이고, 특히 인도와 중동에서 나프타를 판매하던 기존 정유기업이 직접 석유화학 투자를 추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물성8의 원료를 현물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가격 상승 리스크도 높아질 전망이다.

5. 시사점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은 최근 몇 년간 기대 이상의 호경기, 슈퍼 싸이클 등 수식어가 따르는 양호한 경기흐름이 유지되었다. 더욱이 최근 10여년 동안 경기싸이클이 단기불황과 장기 호황을 반복하면서, 산업 내외부 기업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때문에 기존 석유화학기업들은 물론이고, 석유기업들도 석유화학에 대한 대형 투자를 검토 및 추진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국내외 석유화학 투자 러시 이후, 석유화학투자 의지가 이렇게 높았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우선은 현재 시작되고 있는 석유화학 프로젝트들이 완공되는 ’21∼’22년경에는 경기 하강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기싸이클 만의 문제가 아니다. 석유기업들의 전략 실행 의지, 유사 전략의 글로벌 동조화 및 확산 추세를 보면 산업 경쟁구도가 구조적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가장 양호한 경기 흐름을 나타냈던 범용 석유화학 제품, 기초원료(올레핀, PX) 및 관련 플라스틱(PE, PP) 시장의 경쟁구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 기존 석유화학기업들이 석유기업과 같은 사업에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본적으로 자본력과 원료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은 공존이나 차별화의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석유기업이 참여하는 석유화학 영역은 대형 플랜트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범용제품 중심이다. 기능성 석유화학제품은 설비를 건설한다고 물건을 팔 수 있는 사업이 아니고,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시장 진입에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석유기업과의 공존 또는 차별화 방법은 충분히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공존 방안은 석유 기업들의 신규 투자에서 석유화학 콤플렉스 또는 일부 제품의 JV투자나, 원료/부산물의 장기공급계약 등 분업 투자를 통해 성장 기회를 공유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형 콤플렉스 투자는 다수가 JV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석유기업의 석유화학 투자에서 주류를 이루는 혼합원료 크래커는 생산되는 기초유분이 다양해서 여러 다운스트림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다양한 다운스트림이 함께 모여 있어야 단지 전체의 효율성이 좋아진다. 따라서 협력의 유인은 석유기업과 기존 석유화학 기업 모두에게 존재한다.

차별화를 통한 대응은 신규기업이 단기간에 모방하기 어려운 기능성 소재, 정밀화학제품 및 고기능성 첨단 소재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보통 기존 기업의 경쟁력은 ‘다각화된 안정적 제품구조’, 신규 진입자가 단기간에 모방하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기술’ 및 ‘고객과 구축한 신뢰 관계’ 등이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사업영역에서 신제품 및 고객 개척을 통해 시장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경쟁기업 또는 석유기업과도 협력하면서 차별화와 성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예측 가능하고 준비할 시간이 있는 위협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 석유화학은 경기에 따라 기업들의 수익성이 동조해서 천수답 사업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길게 보면 산업의 변화를 주시하고 대응 전략을 실행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흥망성쇠의 차이가 크다. 석유산업의 구조 변화가 석유화학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현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경쟁 환경 변화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적합한 대응전략 실행을 통해, 위기가 아닌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출처 :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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