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민준'이 독자들을 찾아왔다. 출판사 글리치드에서 선보이는 이 작품은 중학생 김민준을 중심으로 우리가 외면해왔던 현실을 적나라하게 펼쳐 보인다.
'우리가 만든 민준'은 학교폭력 가해자 김민준의 시선을 통해 '피XX', '오뎅탕' 등 충격적인 혐오 표현과 잔인한 폭력이 만연한 청소년 집단을 그려낸다. 민준은 동급생 최희망을 구타하면서도 "나 정도면 심하게 대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친구가 희망의 다리에 소변을 보거나, 무자비한 폭행을 일삼는 것에 비하면 자신은 '담백하게' 괴롭힌다고 항변할 뿐이다. 심지어 희망의 형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민준은 그 비극에 흥미를 느끼며 "이거 너네 형 아니냐?"며 즉석 오뎅탕을 먹이려는 조롱까지 서슴지 않는다.
작가는 '우리가 만든 민준'을 집필하기 위해 철저한 자료조사를 거쳤음을 밝혔다. "일베(일간베스트)는 옛말이다. 요즘은 실베(실시간 베스트)가 남자 청소년 주류 문화"라며 온라인 혐오 표현의 근원지를 시대에 맞춰 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게임 공략/실황 방송을 시청하면 '음지'라고 불리는 스트리머가 알고리즘에 노출되고, 시청자들이 위악적이고 약자 혐오적인 농담을 일삼는다. 아이들은 그 언어에서 소속감을 느낀다"며 혐오 표현이 청소년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설명했다.
소설의 제목처럼, 작가는 이 사태가 비단 민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역설한다.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거나, 아이들에게 "돈 받으려고 쇼 하는 거야"라며 참사 피해자를 경멸하는 가치관을 심어주고, 아이들이 부적절한 언어로 만든 노래를 불러도 싸늘한 시선으로 볼 뿐 행동을 교정해주지 않는 어른들의 방임적 행보가 결국 수많은 '민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아이들은 인터넷에 자신만의 '공간'이 없고, 온갖 유해한 언어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혐오 표현을 그대로 수용한다"며 기성세대의 무관심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먼저 태어난 이로서 책임을 느끼고 '우리가 만든 민준'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민준의 이야기는 단순한 권선징악으로 끝나지 않는다. 작가는 출간 후기에서 "만만한 사람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만큼 편리한 일은 없습니다. '요즘 애들은 왜 이래?' 한마디로 우리와 '요즘 애들'을 분리시키면 끝날 일입니다"라며, 이 소설이 아이들을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작가는 어른들이 수많은 '민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본문에 나온 어른들과 정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독자들이 책을 통해 진정한 성찰과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촉구한다.
작가는 차기작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후속작 '우리가 만든 서연'을 집필 중이며, 여성 청소년 소셜에 대해 다룰 것"이라고 밝히며, 결말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가 만든 민준' 전자책은 현재 교보문고, YES24, 리디북스, 알라딘에서 만나볼 수 있다.
출처 : 글리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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